환율 약세로 인한 어려움 기술력으로 극복…오토캠핑 장비도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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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25주년을 맞는 ㈜코베아(대표 김동숙 회장)는 가스버너 제조업체로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코베아는 수십여 종의 가스버너를 생산, 내수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도 수출하고 있다. 또한 코펠, 침낭, 매트리스, 조립식 의자·테이블, 랜턴, 스틱, 아이젠에서 소품류에 이르기까지 캠핑과 산행에 필요한 여러 종류의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코베아가 자부하는 것은 어느 업체에서도 엿볼 수 없을 만큼 탄탄한 기술력과 안전성이다. 25년간 80여 종의 가스버너를 개발 생산해온 코베아는 국내의 각종 인증은 물론 일본가스협회의 JIA 마크를 획득하고, 유럽의 CE, 독일의 TUV, 캐나다의 CSA 마크 등 세계적인 기관의 인증을 받았다. 또한 자사 브랜드와 세계 유명업체의 브랜드를 통해 96년 100만불, 97년 300만불, 98년 450만불, 99년 750만불에 이어 2000년 1,000만불 수출을 달성, 각종 수출탑과 대통령 산업포장, 산업자원부 장관표창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이렇게 코베아는 세계적인 가스버너 제조업체의 자리에 올라설 때까지 86년 수해, 91년 취사야영금지제도, 97년 IMF 등 큰 위기를 여러 차례 만났으나, 김동숙 회장은 그때마다 위기를 호기로 전환시켰고, 2001년 3월 코베아 제품 영업을 전담하는 ㈜비전코베아(대표 조승기)를 새롭게 창업한 이후 독일의 유명 등산의류용품 토탈 브랜드인 바우데(Vaude) 제품을 수입판매하고, 같은 해 가을 암빙벽등반 장비 전문제조업체인 트랑고를 인수 운영하고 있다.
불량률 0%에 도전한다는 자세로 품질관리
“중국쪽에서 의류니 용품이니 웬만한 등산 제품은 다 만들어내고 있지만, 버너는 아직 어림도 없어요. 무엇보다 안전성 때문이죠. 전문적인 노하우가 쌓이기 전에는 앞으로도 힘들 겁니다. 저희는 불량률 0%에 도전한다는 자세로 엄격한 품질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김동숙 회장은 회사 얘기를 꺼내자마자 수출업체로서 지난해부터 달러와 엔화의 환율 약세로 겪고 있는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김 회장 특유의 당당함과 여유를 잃지 않았다.
“창업 4년째인 86년 큰 수해를 당했어요. 제품은 물론이고 사무실 집기까지 흙탕물에 잠겨 버렸으니까요. 91년 취사야영금지제도가 시행되면서 등산장비업체들은 최악의 상황을 맞았지요. IMF 때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런데 그게 우리 회사로선 오히려 한 단계 위로 올라설 수는 기회였답니다.”
취사야영금지제도는 캠핑장비 생산업체들에게 치명타를 날렸다. 당시 10개가 넘는 업체 중 살아남은 것은 코베아를 비롯, 두세 업체에 불과했다.
“수요야 당연히 줄었지요. 그렇지만 반면에 10여개 업체가 나눠먹던 것을 두세 업체 몫이 되었으니 오히려 괜찮아진 셈이었죠. 대기업의 노사분규도 좋은 결과를 가져왔답니다. 사측에서 노조원들을 달래기 위해 선물한 것 중 하나가 캠핑장비였으니까요. 한꺼번에 버너와 코펠을 수만 조씩 구입한 회사도 있었답니다.”
이러한 기회만 엿보고 안일하게 지내왔다면 지금의 코베아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버너, 랜턴 등 코베아 제품 중 국내외에서 특허와 실용 및 의장등록을 마친 제품은 특허 7개, 실용 43개, 의장 34개, 상표등록 80개 등 무려 164개나 된다. 이는 기술개발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와 노력 덕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82년 창업 이래 여러 해 동안 외국 유명 제품을 카피하는 데 머물렀어요. 그러다 94년부턴가 카피할 만한 제품이 없다 싶어졌어요. 저희 제품이 그만큼 좋아졌던 거죠. 거기에다 세계적인 브랜드와 경쟁하려면 독창적인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판단이 섰어요. 지금은 매출액이 크다 보니 3~4% 정도지만 최근까지도 한 해 개발 투자비가 매출액의 5%를 넘었답니다.”
부천테크노파크 4층 870평의 본사에 회장실이 따로 없다. 그가 앉는 자리는 연구실 한쪽 켠의 의자다.

▲ 트랑고 본사에서 카라비너 제조과정을 설명하는 김동숙 회장. / 버너 부품을 만드는 직원을 격려하는 김동숙 회장.
“국내 등산장비 브랜드 중에 코베아만큼 세계 곳곳에 진출한 브랜드는 없을 겁니다. OEM 제품은 세계 어디서든 찾아볼 수 있고, 코베아 브랜드로도 중국, 대만, 뉴질랜드,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노르웨이 등 여러 나라에 수출하고 있으니까요.”
김동숙 회장이 버너 제조를 머릿속에 그린 것은 한창 산에 빠져 지낼 때인 60년대 후반이었다. 그는 인수봉 산천지길 개척을 주도한 클라이머였다.
“입대 전까지 산에 빠져 지냈죠. 71년엔 산천지산우회도 만들었고요. 그 때 산꾼들이 사용한 대표적인 버너가 스웨덴제 스베아였어요. 어느 날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도 못 만드나 싶더군요.”
김 회장이 버너 생산에 뛰어든 것은 등산장비 제조업체에서 6년간 근무한 뒤인 82년 11월부터였다.
“시나브로라는 버너가 있었어요. 그 회사에서 영업을 담당하면서 3년간 버너 제조과정을 유심히 지켜봤지요. 그리고 다른 등산장비업체에서 3년간 근무하다가 버너를 만들 결심을 했어요.”
그는 다른 업체에서는 관심을 갖지 않는 가스버너를 택했다. 예열(豫熱)이 필요하고, 분해조립하다 보면 손에 기름이나 그을음이 묻어 지저분할 수밖에 없는 석유버너보다는 다루기 쉽고 깨끗한 가스버너가 전망이 좋으리라는 생각에서였다.
“스베아가 당시 버너에 관한 한 최강국인 스웨덴을 대표하는 버너였듯이 한국을 대표하는 버너생산업체라는 의미에서 ‘코베아’라 회사이름을 지은 거예요. 참 어렵더군요. 석유버너 전문가가 가스버너도 당연히 만들어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석유와 가스는 성분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버너의 시스템도 다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도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그렇게 실패를 거듭하고 만든 첫 작품이 러브스타(Love Star)였죠.”
“생산비 줄이겠다고 외국인 근로자를 쓸 순 없죠”
첫 작품에 기대를 걸었지만 별 볼 일 없었다. 그러다 87년 말 개발한 유럽형 자동점화장치가 달린 TKB-8712 가스버너는 히트를 쳤다.
“88올림픽이 열린 해가 기업으로서 기초를 닦은 해라면, 그 바탕에는 8712의 역할이 컸다고 할 수 있죠. 외국의 유명 제품을 카피하고 변형시키는 데 머물다가 94년부터 개발에 주력했답니다.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독창적인 제품이 있어야한다는 판단 때문이었죠. 트윈버너도 그런 아이디어에서 개발한 거예요. 취사야영금지제로 캠핑 욕구가 강가나 바닷가처럼 널찍한 공간에서 가족단위로 이루어지리라 예상했고, 그게 적중했던 거죠.”
코베아는 기술개발에 주력하기 시작한 94년부터 수출에도 힘을 쏟기 시작했다. 어부지리로 얻는 수익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뉴질랜드와 일본이 첫 수출국이었어요. 일본의 이와타니산업에는 한 해 60억을 수출한 적도 있어요. IMF 때는 달러환율이 급등하는 바람에 수입업체마다 고전을 겪었지만, 수출업체는 호황을 누렸답니다. 90년대 말에는 Y2K 덕도 보았어요. 일본의 경우 모든 시스템이 엉망이 될 경우를 대비해 각 자치단체에서는 주민수에 비례해 비상용품을 확보해 놓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버너와 코펠은 기본이었죠.”
김 회장은 코베아 한 업체로 만족하지 않았다. 원활한 경영을 위해 1996년부터 생산과 영업을 분리시키고, 2001년 3월 부천 삼정동에서 부천테크노파크 202동 4층으로 본사를 옮기면서 도로 건너편인 인천시 계양구 서운동에 비전코베아(Vison Kovea·대표 조승기)를 창업했다. 비전코베아는 코베아 제품뿐 아니라 독일의 유명 브랜드인 바우데(Vaude) 제품의 수입판매를 전담하는가 하면, 트랑고 제품의 유통도 맡고 있다.
“공구용품을 생산하는 코베아텍까지 4개 회사 모두 독립적으로 운영된답니다. 회사마다 사장이 따로 있어요. 저는 중요한 일만 챙기고요. 가스버너 수출을 인연으로 2003년부터 수입을 시작한 바우데 제품 중 배낭은 세련된 디자인에 가볍고 등받이의 통기성이 좋다는 면을 인정받아 벌써 국내 판매 1,2위를 다툴 정도로 인기가 있답니다. 침낭도 가격에 비해 성능이 좋다는 평을 받고 있고요. 의류도 곧 자리를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김동숙 회장은 2001년 가을 부도 직전 상황이었던 트랑고도 인수했다. 트랑고는 카라비나, 하·등강기, 캐멀롯, 아이스바일, 아이젠, 암벽화 등을 만드는 전문등반장비 제조업체다.
“국내 브랜드의 전문등반장비 제조업체가 주저앉는 것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서 나선 거니까요. 참 어렵더군요. 무엇보다 인식이 좋지 않아요. 얻어 쓰거나 초보자들이나 사용하는 제품으로 생각하니까요. 구조조정 등 별별 치료를 다 해보았는데 안 되더군요. 군납이나 산업체쪽에서 해법을 찾아야한다는 판단이 섰어요. 산업체쪽에서도 점차 고급화 추세로 나아가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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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베아가 지금까지 개발한 버너는 80여종에 이른다. / 비전코베아 조승기 사장(오른쪽)과 환하게 웃고 있는 김동숙 회장. / 금강산 구룡폭을 등반중인 김동숙 회장. |
“위기라고 너무 위축되면 사업을 풀어나갈 수 없어요”
생산업체라면 저임금의 외국인 근로자를 쓰는 게 일반적인데, 코베아는 한국인 근로자를 고집하고 있다. 제조 파트 직원 45명을 비롯해 전 직원이 모두 한국인이다.
“우리도 노는 사람이 많은데 몇 푼 아끼겠다고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야 없는 일이죠. 중국과 같은 저임금 환경에서 제품을 생산할 수도 있어요. 그러나 그 몇 년 뒤면 제품의 노하우나 영업망이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어요. 몇 년간 수익을 올리고 난 다음 모든 것을 빼앗기는 거죠.”
김 회장은 사업에 바삐 지내는 와중에도 등산활동에도 적극적이다. 20대 초 때처럼 전문등반에 열중하지는 못하더라도 서울시연맹 산악구조대 자문위원회를 통해 봉사활동을 하는 클라이머들을 적극 후원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부터는 지역사회 봉사의 일환으로 부천시등산연합회 부설 등산학교 교장도 맡고 있다.
“부천에서 돈을 벌고 있으니 부천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는 것은 당연한 거 아니겠어요. 등산인을 양성해야 저희도 먹고살 수 있을 거고요(웃음).”
김동숙 회장은 “위기를 잘 넘겨야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위축되면 사업을 제대로 해나갈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달러와 엔화 환율하락으로 인해 수출에 애를 먹는 것을 푸는 방법을 명쾌하게 풀어냈다. 오토캠핑 확산에 대비하는 계획도 밝혔다.
“수작업이 많아 생산코스트가 높을 수밖에 없답니다. 단가를 올리기로 했어요. 그런데도 더 많이 주문하는 외국 업체가 있답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하는 제품이다 보니 기술이 열악한 업체에게 맡길 수야 없겠죠. 결국 코베아는 기술력과 신제품 개발로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답니다. 요즘 붐이 일기 시작한 오토캠핑 장비에도 신경써 볼까 해요. 캠핑장비에 관한 한 어느 회사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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