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 본사와 중국 시장 진출 모색…직장을 내 집처럼 생각하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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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인에게 ‘에델바이스’만큼 山을 상징하는 꽃은 드물 것이다. 솜다래란 순 우리 이름을 지닌 에델바이스는 순결하면서도 애처롭게 느껴질 만큼 연약한 국화과 고산식물이지만, 척박한 바위틈에서 꿋꿋하게 자라나는 강인함을 지니고 있다. 그 에델바이스를 상호 삼아 40년 넘게 등산 의류를 생산해온 업체가 ㈜에델바이스아웃도어(Edelweiss Outdoor·대표이사 한철호)다.
울제품 주력업체에서 종합브랜드로 변신
서대문구 증산동 ㈜에델바이스아웃도어 본사를 찾았을 때 한철호(韓徹豪) 사장은 3주간의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마치고 귀국한 지 닷새밖에 되지 않아 얼굴은 까칠했으나 활기가 넘쳤다.
“좋았어요. 히말라야 자이언트 봉인 안나푸르나, 다울라기리, 마나슬루도 보았으니까요. 고소증세는 별로 오지 않았는데, 5,400m가 넘는 토롱패스를 넘을 땐 힘들데요. 눈이 내려 더 애를 먹었어요. 새벽 4시에 출발해 16시간이나 걸었으니까요. 막판엔 쩔뚝거리기까지 했답니다.”
한철호 사장은 전문 산꾼은 아니더라도 북한산 대남문은 1천 번은 올랐고, 전국 명산은 거의 다 올랐다고 한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오른 곳이 대남문이었고, 데이트 코스 중 하나가 구기동~대남문 코스였다고 한다.
1966년 등산양말 제조업체인 한고상사(韓高商社)로 창업한 에델바이스는 스웨터·모자·장갑 등 울 제품에 관한 한 국내 최고 브랜드로 등산인들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80년대 들어 드랄론(Dralon·독일 바이에른사), 쿨맥스(Coolmax·미국 듀폰사)와 같은 신소재의 출현으로 흔들릴 상황을 맞지만 오히려 이들 신소재를 이용한 제품을 생산, 새롭게 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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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철호 사장은 “에델바이스는 초심자들을 위한 브랜드로, 밀레는 고급브랜드 이미지를 계속 살려나갈 것”이라 말했다. / 직원들과 함께 파이팅! 한철호 사장은 “직원들이 최선을 다하게 하려면 직장을 내 집처럼 애정을 갖게 해야한다”고 말한다.
- 이후에도 등산양말 하면 에델바이스라 할 만큼 한국 등산양말의 대명사다. 특히 86 아시안게임 이후 스포츠용품업체에서 주문자생산 주문이 쇄도했다. 그러나 Q마크 라이센스 획득, 상업은행 지정 유망 중소기업체, 내수전담 자회사 한고실업 설립 등 번창을 거듭했는데도 92년 들어서면서 울 제품 주도형에서 다양한 소재의 제품을 생산하는 종합브랜드화로 경영방침을 바꾼다.
“80년대 말 해외여행 자유화 물결이 인 후 소비자들의 취향이 급속도로 바뀌었습니다. 습기를 막으면서도 몸 안에서 나오는 습기를 밖으로 빼내는 가벼운 신소재 제품들이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한 거죠. 그런 상황에서 무겁고 물기를 쉽게 먹는 울 제품을 고집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그래서 신소재를 이용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해야겠다고 방침을 세운 겁니다. 제품의 품목도 다양화했고요.”한고상사는 대다수 업체들이 몸을 움츠렸던 IMF 전후 오히려 공격적인 경영을 펼쳤다. 고어텍스 라이센스 의류생산공장을 설립하고, 중저가 제품으로 대형 할인마트에 진출하는가 하면, 외국의 유명 브랜드 라이센스를 따내는 데도 주력했다. 그 첫번째가 독일의 종합 브랜드인 잭울프스킨이었다. 96년 당시 중국과 베트남에 생산기지를 둔 잭울프스킨은 일본과 대만에서 인기를 얻고 있었다. 이탈리아의 명품 등산화 돌로미테도 수입했다. 하지만 큰 재미를 못 보고 막을 내렸다.
“IMF 직후 달러환율 상승을 막아낼 재간이 없더군요. 2002년 런칭한 아나사지와 바스큐의 경우는 미국 본사와 파트너십에 문제가 있다 싶어 접은 겁니다. 신발에 대한 명성이나 매력도 사라져 버린 것 같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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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 클린 마운틴 다울라기리 행사에 참가한 한철호 사장(왼쪽에서 다섯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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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Millet)는 달랐다. 86년 전통의 밀레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70년대에는 한국 산악인들이 최고의 등산 브랜드로 여겼었다. 에델바이스는 99년 밀레의 생산 라이센스 계약 이후 급성장세에 오른다. 세련된 디자인과 컬러가 우리 등산인들에게 잘 받아들여졌고, 아웃도어 시장형성 이후 최고로 꼽히는 상승시기를 잘 탄 덕분이었다. 한 사장은 현재 에델바이스와 밀레의 매출이 반반 비율에 이른다고 귀띔한다.
“자국 제품을 유난히 선호하는 유럽에서 유럽을 대표하는 상표로 자리 잡은 테크니컬 브랜드죠. 처음에는 2년 단기계약을 맺었는데, 이후 5년으로 늘어났고, 지난해에는 10년간의 장기계약을 했습니다. 밀레 본사인 라푸마에서 한국 시장의 규모와 성장가능성을 인정한 거죠.”
한고상사와 한고코리아로 나누어 운영하던 회사를 에델바이스아웃도어로 통합한 것은 한철호 사장의 대표이사 취임 이듬해인 2004년이었다. 그 즈음 오랜 세월 본사 지하실에 자리 잡고 있던 봉제공장은 아웃소싱하고, 그 자리에 품질관리와 애프터서비스를 전담하는 생산관리팀을 배치했다.
“한고는 돌아가신 부친과 현재 회장이신 어머니 성을 딴 이름입니다. 뜻깊은 이름이죠. 그런데 어느 땐가부터 우리 제품과 이미지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과감하게 바꾼 겁니다. 에델바이스는 내 브랜드이고, 밀레는 프랑스 제품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휠라 아시죠? 휠라코리아가 괜히 본사를 인수했겠습니까. 된다 싶으니까 한 거 아니겠어요. 마찬가지예요. 밀레 제품 판매를 통해 저희 직원들이 먹고 살고 있으니까 저희 제품인 거죠.”
클린마운틴·백혈병 환우 산행·등반대회 등 개최
에델바이스아웃도어는 할인매장 진출에 성공한 업체로 소문나 있다. 현재 직영점 6개 외에 110여 개 장비점과 대리점 계약을 맺고 있고, 이마트 전국 75개 매장에 납품하고 있다. 한 사장은 “초심자를 위한 제품인 에델바이스는 가격면에서 경쟁력있는 제품으로 만드는 데 주력하고, 밀레는 고급 브랜드의 이미지를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요즘의 불경기가 유독 아웃도어 한 분야에만 한정된다고 할 순 없습니다. 전체적인 흐름이라고 봐야겠지요. 2~3년 전이 피크였지요. 이후 파이는 늘어나지 않는 상태에서 공급만 계속되었으니까요. 장비점이 좀 많나요. 외국의 경우 한 브랜드를 취급하는 등산장비점이 대도시에 한두 개가 고작인데, 우리의 경우는 번화가마다 있을 정도니까요.”
한철호 사장은 “시장은 클 만큼 큰 것 같다”며, “이제는 내실을 기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한때 골프에 빠져 지내다 등산에 열중하면서 마라톤, 산악자전거까지도 하고 있는 스포츠광인 한철호 사장은 우리나라는 지형상 등산인구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지형상 특이해요. 대도시를 포함해 대부분의 도시나 마을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거든요. 도심 어디서든 30분이면 산 밑에까지 갈 수 있는 거죠. 스키는 시즌이 한정돼 있고, 낚시는 환경 문제 때문에 무너졌어요. 골프 의류시장도 등산의류가 득세하는 바람에 무너진 거예요. 주5일제 근무제와 고령화시대를 맞아 건강에 신경 쓰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점도 큰 몫을 했고요. 등산이 최고의 스포츠로 자리 잡은 거죠.”
한 사장은 2002년 6월 당시 14개 거봉 완등을 목적에 둔 한왕용씨를 영입한 이후 히말라야 거봉과 국내 명산을 청소하는 클린 마운틴(Clean Mountain) 행사에 여러 해 동안 힘을 쏟고, 지난해 초부터 국내뿐 아니라 세계의 명산을 소개하는 KBS 일요 다큐 ‘산’ 제작을 적극 후원하고 있다. 이런 공로로 올해 1월9일 대한산악연맹 신년하례회에서 공로패를 받았다.
“처음에는 단순히 등산업체로서 산악인 한 명쯤은 도와줘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산 덕분에 먹고사는 업체로서 산을 위해 할 만한 게 뭐가 있나 찾던 중 히말라야에 버려진 한국 쓰레기가 많다는 얘기를 한 부장을 통해 듣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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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탤런트 김유석씨(오른쪽에서 두번째)와 일요다큐 ‘산’ 촬영을 위해 찾은 일본 다테야마에서. 왼쪽에서 두번째가 한철호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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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한국인으로는 세 번째 히말라야 14개 완등자로 등극한 한왕용씨는 입사 이후 히말라야 거봉들을 청소해오고 있다. 에베레스트는 8,000m 높이의 사우스콜까지, K2는 C3(7,400m)까지 올라가 쓰레기를 짊어지고 내려왔다. 한 사장은 “깨끗한 산이 있고 깨끗한 산을 즐기는 고객이 있기에 에델바이스가 존재할 수 있다는 신념에서 산 정화에도 앞장서고 있다”고 한다.
“저도 에베레스트와 안나푸르나, 다울라기리를 다녀왔어요. 베이스캠프 일원에 버려진 쓰레기 속에서 한글 상표가 보일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리더군요. 한글이 독특하니까 아무래도 눈에 잘 띄는 거겠죠. 밀레 본사쪽 클라이머들이 참가한 적도 있답니다. 그들이 더욱 감명을 받는 것 같아요.”
에델바이스는 클린마운틴 캠페인뿐 아니라 백혈병 환우를 위한 산행을 통해 자기 극복의 의지를 심어주고, 암빙벽대회를 여는가 하면 등산학교 지원을 통해 안전한 등산문화가 자리 잡게 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에델바이스는 올 여름 K2·가셔브룸 베이스캠프 청소등반에 앞서 6월8일 대우증권과 함께 백두대간 청소산행에 후원할 계획이다. ‘한왕용 대장과 대우증권이 함께 하는 백두대간 클린마운틴’ 행사에는 대우증권 직원과 고객 등 3,000여 명이 참가한다.
“중소기업체 CEO는 끊임없이 공부해야해요”
한 사장의 이번 안나푸르나 라운드 트레킹이 네 번째 히말라야 방문이었다. 소설가 박범신씨와 함께한 3주간의 여정은 4월 중 KBS 일요다큐 ‘산’에서 소개될 예정이다.
“이젠 한해 한번쯤은 히말라야에 다녀와야 마음이 편해지는 걸 보면 저도 히말라야 트레킹 병이 단단히 들었나봐요. 그렇지만 나갈 때마다 걱정이 되곤 해요. 회사 걱정 때문이죠. 그러다 사흘쯤 지나면 잊어먹고 지내요. 돌아와 보면 잘 돌아가고 있고요. 직원들이 열심히 일해주는 덕분이겠죠. 등산은 참 좋은 것 같아요. 처음엔 왜 이 짓을 하나 싶다가도 어느 정도 힘든 단계를 넘어서면 무념무상의 세계로 빠져들어요. 흰 백지에서 모든 것을 생각할 수 있게 되고요. 이런 면에서 희열을 느끼는가 봐요.”
40년 전통의 토종 브랜드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한철호 사장은 “회사 발전을 위해서는 직원들이 내 직장이 내 가정이나 다름없다는 생각과 애착을 갖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저희 같은 중소기업체는 모든 면에서 대기업처럼 시스템화되어 있지 않아요. 그래서 주요 업무를 맡은 사람이 빠져나가면 공백이 클 수밖에 없답니다. 물론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시스템을 도입해봤어요. 잘 안 되데요. 그래서 내린 결론이 우리 회사 규모에 맞는 중대장급 시스템에 맞춰 일하는 겁니다. 그러자니 CEO가 모든 일에 대해 많이 알아야하죠. 살아남자면 끊임없이 공부를 할 수밖에 없답니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미국의 몇몇 브랜드를 제외하곤 밀레가 가장 성장력 있는 브랜드라고 자신하는 한철호 사장은 요즘 중국 시장 진출에 대한 구상에 빠져 있다. 밀레 본사인 라푸마 그룹측에서 공동공략을 제안해왔기 때문이다.
“중국은 유럽에서 거리가 너무 멀죠. 그래서 중국과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서도 능력도 있다 싶은 저희 회사를 파트너로 택한 거죠. 중국 시장이 지금 당장 큰 메리트가 있다고는 보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번에 네팔에 가보니까 중국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더군요. 중국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엿보였습니다.”
한철호 사장은 “내가 톱이란 자부심이 없다면 일을 열심히 할 수 없다”며, “톱으로 올라서기 위해 자신을 채찍질하는 게 가장 어렵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한 사장은 “업계 톱은 어렵더라도 3년 안에 3위 자리에 꼭 올라서고 말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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