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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면 산을 찾는 사람들의 옷차림과 배낭이 가벼워진다. 두텁고 무거운 다운점퍼를 벗고 가벼운 바람막이 재킷을 찾는 시기다. 겨우내 입던 옷과 사용하던 장비는 이제 다음 겨울이 찾아올 때까지 긴 잠을 자야 할 운명이다. 그런데 겨울 장비가 창고로 가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가 있다. 바로 적절한 정비와 세심한 관리다.
물론 이런 과정이 번거롭고 귀찮은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관리하지 않고 방치하면 비싼 돈 주고 마련한 소중한 장비를 다시는 사용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다시 날이 추워져서 벽장문을 열고 겨울장비를 찾았을 때 제 기능을 잃었거나 곰팡이가 핀 채로 망가졌을 수도 있다. 이런 험한 꼴을 보고 싶지 않다면 올바른 겨울장비 관리법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
겨울장비 가운데 가장 관리가 까다로운 것이 우모 제품들이다. 다운침낭이나 다운재킷은 세탁기에 넣어서 돌렸다가는 망가지기 십상이다. 겨울 등산화도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장비 가운데 하나다. 잘못 보관하면 돌아오는 겨울에 제대로 된 성능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밖에도 겨울철에만 사용하는 등산장비들이 여럿 있다. 이 물건들의 정비와 관리에 대해 알아본다.
침낭과 우모복
우모 침낭이나 다운재킷은 자주 세탁하지 않는 것이 좋다. 크게 더러워지지 않았다면 통째로 물에 넣고 세탁할 필요는 없다. 이물질이 묻었거나 음식을 쏟아 오염된 부분이 있다면 미지근한 물에 중성세제를 풀어 부분 세탁을 하는 것이 좋다. 또한 비벼서 빨기보다는 부드러운 스펀지로 오염부위를 문질러 씻고 깨끗한 물로 헹군다.
- ▲ 1 전체 세탁이 필요할 때는 중성세제를 푼 물에 넣어 부드럽게 주물러 빤다. 세탁한 우모제품은 직사광선을 피해 건조한다. 건조기를 이용하면 마르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2 오염된 부분은 부드러운 스펀지나 수건으로 부드럽게 닦아 때를 벗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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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이나 비에 흠뻑 젖어서 냄새가 날 정도로 제품이 오염됐다면 전체 세탁이 필요하다. 욕조나 큰 대야에 미지근한 물을 채우고 중성세제를 푼다. 제품을 넣고 손이나 발로 살살 문지르며 세탁한다. 이때 속에 든 우모 충전재가 뭉치거나 쏠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어느 정도 세척이 되었으면 욕조의 물을 빼거나 대야를 기울여 오염된 물을 버린다. 제품에 남아 있는 물기는 말아가며 눌러서 제거한다. 다시 물을 받아 반복해 헹군다. 더 이상 더러운 물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작업을 반복한다.
헹굼 과정이 끝나면 우모복이나 침낭을 살살 눌러가며 물기를 빼준다. 비틀어 짜거나 탈수기를 이용하면 충전재에 손상을 줘 성능이 저하된다. 물이 빠지면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충전재를 고루 펼쳐서 자연건조한다. 수시로 뒤집고 두드리며 완전히 마를 때까지 며칠 동안 널어둔다.
침낭 보관법
침낭을 보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길게 늘어뜨려 옷걸이에 걸어두는 것이다. 보관하는 동안 공기가 잘 통하기 때문에 냄새가 나지 않고 기능성도 보존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장소가 여의치 않다면 가볍게 말아 넉넉한 크기의 보관망에 넣어두거나 침낭주머니에 넣어 보관한다.
- ▲ 1 우모 침낭과 다운재킷은 옷걸이에 걸어서 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다. 2 우모 침낭과 다운재킷을 압축 주머니에 넣어 오랫동안 보관하면 복원력이 떨어진다. 3 우모 침낭을 펴서 보관하기 어려우면 큰 주머니에 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