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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장비 관리] “씻고 닦고 말린 뒤 소중히 보관하라”

김영인 2015. 9. 2. 12:17

 

긴 여름잠 위한 세심한 준비 과정 필요해

	겨울장비 관리

봄이 되면 산을 찾는 사람들의 옷차림과 배낭이 가벼워진다. 두텁고 무거운 다운점퍼를 벗고 가벼운 바람막이 재킷을 찾는 시기다. 겨우내 입던 옷과 사용하던 장비는 이제 다음 겨울이 찾아올 때까지 긴 잠을 자야 할 운명이다. 그런데 겨울 장비가 창고로 가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가 있다. 바로 적절한 정비와 세심한 관리다.


물론 이런 과정이 번거롭고 귀찮은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관리하지 않고 방치하면 비싼 돈 주고 마련한 소중한 장비를 다시는 사용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다시 날이 추워져서 벽장문을 열고 겨울장비를 찾았을 때 제 기능을 잃었거나 곰팡이가 핀 채로 망가졌을 수도 있다. 이런 험한 꼴을 보고 싶지 않다면 올바른 겨울장비 관리법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


겨울장비 가운데 가장 관리가 까다로운 것이 우모 제품들이다. 다운침낭이나 다운재킷은 세탁기에 넣어서 돌렸다가는 망가지기 십상이다. 겨울 등산화도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장비 가운데 하나다. 잘못 보관하면 돌아오는 겨울에 제대로 된 성능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밖에도 겨울철에만 사용하는 등산장비들이 여럿 있다. 이 물건들의 정비와 관리에 대해 알아본다.


침낭과 우모복


우모 침낭이나 다운재킷은 자주 세탁하지 않는 것이 좋다. 크게 더러워지지 않았다면 통째로 물에 넣고 세탁할 필요는 없다. 이물질이 묻었거나 음식을 쏟아 오염된 부분이 있다면 미지근한 물에 중성세제를 풀어 부분 세탁을 하는 것이 좋다. 또한 비벼서 빨기보다는 부드러운 스펀지로 오염부위를 문질러 씻고 깨끗한 물로 헹군다. 



	침낭과 우모복 보관법
▲ 1 전체 세탁이 필요할 때는 중성세제를 푼 물에 넣어 부드럽게 주물러 빤다. 세탁한 우모제품은 직사광선을 피해 건조한다. 건조기를 이용하면 마르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2 오염된 부분은 부드러운 스펀지나 수건으로 부드럽게 닦아 때를 벗긴다.

땀이나 비에 흠뻑 젖어서 냄새가 날 정도로 제품이 오염됐다면 전체 세탁이 필요하다. 욕조나 큰 대야에 미지근한 물을 채우고 중성세제를 푼다. 제품을 넣고 손이나 발로 살살 문지르며 세탁한다. 이때 속에 든 우모 충전재가 뭉치거나 쏠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어느 정도 세척이 되었으면 욕조의 물을 빼거나 대야를 기울여 오염된 물을 버린다. 제품에 남아 있는 물기는 말아가며 눌러서 제거한다. 다시 물을 받아 반복해 헹군다. 더 이상 더러운 물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작업을 반복한다.


헹굼 과정이 끝나면 우모복이나 침낭을 살살 눌러가며 물기를 빼준다. 비틀어 짜거나 탈수기를 이용하면 충전재에 손상을 줘 성능이 저하된다. 물이 빠지면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충전재를 고루 펼쳐서 자연건조한다. 수시로 뒤집고 두드리며 완전히 마를 때까지 며칠 동안 널어둔다.


침낭 보관법


침낭을 보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길게 늘어뜨려 옷걸이에 걸어두는 것이다. 보관하는 동안 공기가 잘 통하기 때문에 냄새가 나지 않고 기능성도 보존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장소가 여의치 않다면 가볍게 말아 넉넉한 크기의 보관망에 넣어두거나 침낭주머니에 넣어 보관한다.



	겨울장비 관리
▲ 1 우모 침낭과 다운재킷은 옷걸이에 걸어서 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다. 2 우모 침낭과 다운재킷을 압축 주머니에 넣어 오랫동안 보관하면 복원력이 떨어진다. 3 우모 침낭을 펴서 보관하기 어려우면 큰 주머니에 넣

 

동계용 등산화


	[연재 장비연구실 | 겨울장비 관리] “씻고 닦고 말린 뒤 소중히 보관하라”

겨울 등산화는 보통 해빙기까지 신은 다음 신발장에 보관하게 된다. 겨우내 언 땅이 녹기 시작하는 해빙기에는 신발에 진흙이 묻어 더러워지기 쉽다. 이때 오염된 등산화를 오랫동안 그대로 보관하면 문제가 생기기 쉽다. 반드시 깨끗이 닦고 방수처리를 한 다음 보관해야 겨울에 다시 꺼내 신어도 이상이 없다.


신발이 오염됐을 때는 구둣솔로 전체적으로 먼지를 털어 준다. 이때 신발 끈과 깔창은 따로 세탁해서 말린다. 물에 적신 수건을 이용해 등산화 외피에 남은 먼지나 오염물(진흙 등)을 깨끗하게 닦아낸다. 방수 처리된 가죽 제품은 흐르는 물을 이용해 흙이나 먼지를 제거해도 된다. 하지만 운동화를 세탁할 때처럼 물에 세제를 풀어 담그거나 세탁기를 사용해


빨면 등산화 가죽의 기름기가 빠져 딱딱하게 굳거나 갈라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깨끗이 닦은 등산화는 직사광선을 피해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서 2~3일간 완전히 말린다. 만약, 등산화 내부에 습기가 심할 경우 신문지 등을 구겨 넣어 습기를 제거할 수 있다. 난로나 열풍기 등으로 무리하게 등산화를 말리면 가죽이 손상되거나, 신발창의 접착제가 녹아떨어질 우려가 있다.


등산화의 습기가 완전히 제거되면 보혁유(왁스, 크림, 스프레이 타입)를 발라 준다. 왁스는 손가락으로 직접 바르면 체온으로 인해 기름이 녹으며 넓게 펴 바를 수 있다. 스프레이는 전체적으로 균일하게 뿌리는 것이 중요하다.



	동계용 등산화 보관법
▲ 1 솔로 흙과 먼지를 털어낸다. 2 심하게 오염된 등산화는 물에 씻어 낸다. 3 수건으로 물기와 미세한 먼지를 닦아 낸다. 4 신문지를 구겨 넣어 내부의 습기를 제거한다. 5 등산화는 직사광선을 피해 그늘에서 말려야 변형을 막을 수 있다.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동계용 등산화 보관법


손질이 끝나고 잘 건조된 등산화는 신문지 등으로 속을 메우고 신발끈을 단단히 묶어 형태가 변형되지 않도록 한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으면 완전히 말렸다 해도 곰팡이가 생길 염려가 있으므로 살균제를 뿌리거나 제습제를 넣어 둔다. 보관 장소는 통풍이 잘되는 그늘이 가장 좋다.


휘발유 스토브


화력이 좋아 겨울 산행이나 야영용으로 많이 사용하는 휘발유 스토브는 봄이 되면 가스스토브에 밀려 창고행이 되기 일쑤다. 아무래도 사용에 불편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휘발유 스토브를 장기간 사용하지 않고 보관할 때는 내부의 연료를 모두 빼내야 한다. 휘발유를 제거하지 않고 장시간 보관하다 보면 연료통 속에 이물질이 가라앉아 나중에 사용 시 노즐이 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연료통 속에 수분이 있다면 부식의 위험도 있다. 노즐과 점화구에 낀 먼지나 이물질이 보이면 부드러운 솔로 문질러 제거한다. 정비 후에는 스토브가 잘 작동되는지 점검한 뒤 보관한다.



	휘발유 스토브 관리
▲ 1 휘발유 스토브를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으려면 연료통을 비워야 한다. 2 노즐과 점화구는 부드러운 솔로 청소한다. 3 펌프의 패킹에 오일을 주입한다.

휘발유 스토브나 랜턴은 연료통 내부의 기압을 높이는 펌프가 달려 있다. 그런데 이 펌프에 달려 있는 고무 패킹이 문제를 자주 일으킨다. 장기 보관할 때도 펌프 패킹 부위에 오일을 주입해 정상 작동하도록 손을 봐둔다. 수리키트를 판매하는 제품은 돌아오는 겨울을 위해 여분의 패킹을 챙겨두는 것이 좋다.


장갑, 발라클라바, 모자, 스패츠, 아이젠


겨울용 고소모나 발라클라바 등은 보관 전에 세탁이 필수다. 고급제품은 조심스럽게 손세탁을 해야 변형을 예방할 수 있다. 막 쓰고 싶다면 세탁기에 넣고 돌려도 그만이다. 방수 기능이 있는 보온장갑은 세탁이 쉽지 않은데, 심하게 오염되지 않았다면 뒤집어서 냄새제거제를 뿌린 뒤 잘 말려서 보관한다. 장갑 속에서 악취가 날 정도로 오염됐다면 어쩔 수 없이 세제를 이용해 세탁한다. 그 다음 통풍이 잘되는 곳 일주일 이상 걸어둬서 완벽하게 말린다.


겨울 소품은 한 번 카고백 속에 들어가면 거의 반년 이상 빛을 보지 못한다. 습기가 차지 않도록 제습제를 함께 넣어두고 너무 눌리지 않도록 주의한다. 스패츠나 아이젠도 오염된 부분을 물수건 등으로 깨끗이 닦아 말린 뒤 보관해야 한다.



	겨울장비 관리
▲ 1 아이젠과 스패츠는 깨끗이 닦아 말린다. 2 모자, 장갑, 발라클라바는 세탁 후 완전히 말려 보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