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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장비연구실 | 백패킹 가구] “무게와 수납 편의성을 따질 수밖에 없다”

김영인 2015. 9. 2. 12:07
안락함과 이동성을 모두 만족시켜야 합격점

예전에는 산에서 자면서 편하기를 바란다면 욕을 먹을 일이었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역행하려는 괘씸한 태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패킹이라는 분야가 인기를 끌며 이러한 불문율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산을 오르고 트레킹을 즐기면서도 집에서 머무는 것처럼 편안한 야영생활을 추구하게 됐다.



	[연재 장비연구실 | 백패킹 가구]

이는 결국 장비의 문제로 귀결된다. 야영장비가 생존을 위한 것을 넘어서 편의성을 따지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조금이라도 편하고 안락한 야외생활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장비가 개발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백패킹 가구의 등장이다. 백패킹 시대 이전에는 야영 산행을 하는 이들에게 가구는 불필요한 물건이었다. 크고 무거운 테이블을 지고 갈 바에는 라면 한 봉지를 더 넣겠다는 것이 대부분의 생각이었다.


아웃도어용 가구는 우리나라에 오토캠핑이 유행하며 대거 등장했다. 예전에는 없던 전 세계의 물건들이 국내에 도입되고 발전되기 시작했다. 오토캠핑용 가구는 가벼운데다 휴대하기 쉽게 접을 수 있는 구조의 제품들이 주류를 차지했다. 이를 좀더 작고 수납하기 쉽게 만든 것들이 백패킹용 가구로 발전했다.



	[연재 장비연구실 | 백패킹 가구]

의자
야외용 가구는 의자와 테이블이 주류를 이룬다. 입식 생활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가구이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의자는 이용자의 체중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내구성이 중요하다. 하지만 의자를 튼튼하게 만들면 무게가 많이 나가기 마련이다. 나무보다는 철제가 튼튼하지만 무게 차이는 크다. 그러나 사람의 힘으로 옮겨야 하는 백패킹용 제품은 일단 가벼워야 한다. 또한 접었을 때 배낭 속에 들어갈 정도로 부피가 작아야 한다.


그러나 펼쳐서 사용할 때는 충분한 안락함과 편리함을 제공해야 합격점을 받을 수 있다.


의자 구입 시 체크포인트


□ 무게와 수납의 편의성. 배낭에 지고 다니기 위해서는 가볍고
 부피가 작은 것이 유리하다.
□  앉았을 때 안락한가. 의자는 개인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나뉘는
 품목이다. 반드시 구입 전에 불편하지 않은지 확인해야 한다.
□  내하중이 얼마인지 체크한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사람이 앉아도
 파손되지 않을 정도로 튼튼한 제품이 좋다.
□  AS 시스템. 의자는 사용 도중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제법 많은
 품목이다. 고장이 났을 때 쉽게 수리할 수 있어야 한다.



	[연재 장비연구실 | 백패킹 가구]

1 미니 바비큐 의자  백패킹용 의자는 크게 세 가지 형태로 구분이 가능하다. 등산용으로도 많이 쓰는 접이식 미니 바비큐 의자는 역사가 가장 오래됐다. 가는 두랄루민 폴로 만든 두 개의 사각 뼈대를 천으로 연결한 기본 형태로 작고 가벼워 휴대가 편하다.


하지만 높이가 낮고 너무 작아 편의성은 별로다. 땅 바닥에 쪼그려 앉지 않아도 되는 것을 감사해야 할 수준으로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의자의 미니 바비큐 의자라도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아주 크다.


2 좌식 의자(그라운드 체어)  등받이가 있는 좌식 의자는 야영생활의 불편함을 덜기 위해 등장했다. 서구의 등산용 매트리스 제조업체가 원조인데, 매트리스를 접어서 좌식 의자 형태로 만들 수 있는 천을 개발해 대중화시켰다. 이 제품은 허리를 등받이에 기댈 수 있어서 바닥에 오랫동안 앉아 있어도 편안하다.


부피도 크지 않아 바닥 생활을 선호하는 백패커들에게 인기 있다. 하지만 바닥이 고르지 않고 자주 앉았다 일어나야 하는 상황에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3 접이식 프레임 의자  최근 가장 인기 있고 보편적으로 쓰이는 백패킹용 의자가 접이식 프레임을 사용한 제품이다. 튼튼한 두랄루민 폴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만든 프레임에 천을 덧씌워 손쉽게 조립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가벼운 무게와 뛰어난 접이성능, 기대 이상의 내구성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업체인 헬리녹스가 원조로 비슷한 제품을 코베아, 스노우라인 등에서도 생산하고 있다. 얼라이트와 써머레스트 등 외국 브랜드에서도 유사한 개념의 백패킹용 의자를 만든다.


테이블



	[연재 장비연구실 | 백패킹 가구]

오토캠핑을 즐기는 이들에게 테이블은 가장 먼저 마련해야 하는 필수품이다. 마찬가지로 백패킹 마니아들에게도 테이블은 빼놓을 수 없는 장비다. 야영지에서 텐트를 치고 생활할 때, 테이블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특히 취사할 때나 음식 먹을 때 테이블의 유용함은 설명이 필요 없다. 편하고 불편함의 차원을 떠나 캠핑의 품격이 달라진다.


백패킹용 테이블은 보통 소형이다. 한두 사람이 쓸 수 있을 정도의 크기에 불과하다. 무게와 수납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크게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넓고 큰 테이블이 사용이 편한 것은 사실이다. 일부 제품 가운데는 프레임과 천을 이용해 넓고 크게 만들기도 했다. 선택은 사용자의 몫이지만 나름대로의 장단점을 파악해 두는 것이 좋다.


테이블 구입 시 체크포인트


□ 금속제 소형 테이블을 구입할 때는 크기와 높이를 잘 살펴본다.
 여럿이 모여 사용할 때 높이가 조금씩 다르면 불편하다.
 대중적인 규격을 고른다.
□  좌식 생활을 할 것인지 입식 생활을 할 것인지 따져서 테이블의
 높이를 선택한다.
□  테이블은 사용 중에 쉽게 오염될 수 있는 장비다. 반드시 깨끗하게
 닦아서 보관해야 오래 사용할 수 있다.



	[연재 장비연구실 | 백패킹 가구]
▲ 1 백패킹 테이블. 2 베른 테이블. 3 헬리녹스 테이블원.

어떤 소재를 쓰나  백패킹용 테이블을 만드는 소재는 크게 금속과 천으로 구분할 수 있다. 목재는 부피가 크고 무거워 백패킹 가구의 소재로는 적합지 않다.


금속은 열에 강하고 단단해 캠핑 테이블에 안성맞춤인 원자재다. 하지만 무게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가볍고 가공성이 좋은 알루미늄을 사용한다. 티타늄을 쓰면 더 가볍고 튼튼한 테이블을 만들 수 있지만 제작비용이 엄청나게 올라간다.


금속제 소형 백패킹 테이블은 여러 조각의 상판을 결합해 사용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접이식으로 디자인한 제품도 있지만 크기에 제한이 있고 가격이 비싸다.


접이식 프레임을 사용한 테이블도 있다. 두랄루민 폴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만든 프레임에 천으로 제작한 상판을 조립한 형태다. 금속제 테이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품을 크게 만들 수 있는 디자인으로 내구성도 뛰어나다. 가볍고 수납 부피를 작게 만들 수 있어 유리하지만 열과 오염에 약한 것이 단점이다.


높이에 따른 쓰임새 소형 테이블의 높이는 통일된 규격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제작사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하지만 금속제 테이블의 경우 대부분 바닥과 상판의 차가 10cm 내외다. 캠핑 열풍이 불던 초기에 국내에 수입된 일제 미니 테이블의 규격이 표준이 된 셈이다. 이 높이는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 앉아서 지내는 좌식 생활에 맞춘 것이다. 조금 높은 프레임 형식의 의자와 함께 사용하기는 불편하다.


프레임 스타일의 천 소재의 테이블은 높이가 36~40cm 정도다. 바닥에 앉아서 사용하기는 부담스럽고 높이가 있는 의자를 사용할 때 적합하다. 


넓이는 브랜드마다 각양각색이지만 가로 세로의 합이 100cm 이하의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형태의 제품은 상판이 부드러워 테이블 위에 물 컵이나 뜨거운 코펠을 올려두기가 부담스럽다. 게다가 테이블 위에서 스토브를 켜고 음식을 하기도 불안하다. 별도의 단단한 깔판을 사용해야 안정감이 있다.


침대
침대는 분명 가구다. 일부 백패커들은 안락한 잠자리를 위해 야외에서 휴대용 침대를 사용하기도 한다. 아무래도 침대는 부피가 크고 무겁기 때문에 휴대가 쉽지 않다. 하지만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는 법이다.


얼마 전 가벼운 두랄루민 폴로 뼈대와 받침대를 만들고 천으로 상판을 댄 백패킹용 제품이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무게는 1.5kg 내외로 큰 부담 없이 휴대할 수 있는 수준이다. 2kg 정도 되는 국산 제품도 나와 있다.


유명 브랜드 제품은 품질은 믿을 만하지만 가격이 높아 아직 대중화되지는 못했다. 이 제품들보다 싸지만 조금 무거운 제품은 무수히 많다. 문제는 배낭에 꾸리고 다닐 수 있을 만큼 체력이 되느냐 하는 것이다. 선택은 사용자의 몫이다.



	[연재 장비연구실 | 백패킹 가구]

침대 구입 시 체크포인트


□ 최대하중을 넘는 무게가 실리지 않도록 주의한다. 두세 사람이 함께
 올라가 앉는 것은 좋지 않다.
□  침대 한쪽에 걸터 앉아 의자처럼 사용하면 넘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  사용하지 않을 때는 프레임을 분리해 둬야 천이 늘어나지 않는다.



	[연재 장비연구실 | 백패킹 가구]

1 헬리녹스 코트원
무게 약 2kg / 내하중 150kg


2 써머레스트 울트라라이트 코트
무게 약 1.5kg / 내하중 150kg


3 사바나 라이트콧 2
무게 약 1.5kg / 내하중 130kg


4 스노우라인 UL 폴딩 베드
무게 약 3kg / 크기 75X190cm


5 고콧 야전침대
무게 3.9kg / 내하중 160kg


6 써머레스트 럭셔리 라이트 메쉬코트R
무게 1.25kg / 내하중 150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