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카메라 정보

노출은 전적으로 카메라에게 맡긴다-플래쉬 TTL 시스템

김영인 2010. 4. 23. 11:34

 

사진을 촬영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빛입니다. 빛의 방향, 광량, 그림자와 하이라이트, 피사체와의 경계 등을 고려해야 원하는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카메라 악세사리 중 빛을 다룰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플래쉬입니다. 보통 플래쉬라고 하면 광량이 적은 밤에만 사용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플래쉬는 빛을 보충해주는 것뿐 아니라 조금 더 정확한 색을 낼 수 있게 해줍니다. 또한 밤에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실내, 혹은 낮에도 경우에 따라 그림자 부분의 계조를 살리기 위해 필 플래쉬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A씨는 지인들에게 인물 사진에는 플래쉬가 꼭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플래쉬를 구입하려 합니다. 지난번 렌즈를 구입하려 할 때 너무 많은 종류의 렌즈가 있어 애를 먹었던 A씨, 플래쉬가 별 거 있겠냐는 생각에 매장에 들르지만 A씨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수많은 종류의 플래쉬들이었습니다. 그 때 불현듯 TTL-이라는 단어가 떠올라, 결국 가지고 있는 카메라와 TTL 연동가능한 플래쉬를 구입해서 매장을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내 궁금해합니다. 사긴 샀는데 대체 TTL이 뭐지?

  TTL은 Through The Lens의 약자입니다. 즉 렌즈를 통해 보이는 피사체의 광량을 측정해, 플래쉬에서 최적의 광량을 자동으로 조절해 주는 시스템입니다. TTL 플래쉬를 사용하면 A, S, M 어느 모드에서나 셔터만 누르면 플래쉬가 자동으로 광량을 조절해 주니 상당히 편리한 기능입니다. 그렇다면 TTL의 작동 원리는 어떻게 될까요?

  우선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빛이 충분할 경우, TTL 플래쉬의 광량 조절은 측광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대부분의 카메라들이 지원하는 평가측광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평가측광은 화면을 여러개로 나누어 부분부분의 측광값의 평균값을 내 노출을 조절하는 방식입니다. 예제 사진을 보면 9개의 측광 영역(실제로는 대부분의 카메라들이 9개 이상의 측광 영역을 가지고 있지만 편의상 9개로 설정합니다)이 있습니다. 가장 밝은 부분인 가운데의 노출 수치를 8이라고 가정하면 예제 사진에서의 각 부분 노출치는 다음과 유사합니다.

6

6

5

6

8

6

6

5

5

  잎 부분의 노출에 비해 흰색의 꽃이 있는 부분은 노출이 더 밝아집니다. 위 수치에 근거해 화면 전체의 노출값의 평균을 내보면 6 정도입니다. 따라서 플래쉬는 6 부근의 노출에 맞추어 광량을 조절합니다. 하지만 이 때 또 고려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피사체와 카메라 사이의 거리와 렌즈의 초점거리입니다. 노출을 정하더라도 피사체와의 거리, 그리고 초점거리에 따라 플래쉬의 광량 역시 바뀌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가령 피사체와의 거리가 1m인 사진 A와 피사체와의 거리가 5m인 사진 B가 있을 때 위 사진의 노출치를 그대로 적용하면 A사진은 적정노출, B사진은 언더 노출이 나올 것입니다. 같은 광량으로 플래쉬를 사용하면 거리가 멀수록 빛이 약해지기 때문입니다. 초점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초점거리 35mm 렌즈를 사용한 사진 A와 85mm 렌즈를 사용한 사진 B의 경우 예제 사진의 노출치로 사진을 촬영하면 A는 적정노출, B는 언더 노출이 나오게 됩니다. A가 B보다 피사체와 가깝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플래쉬는 화면을 통해 노출을 측정한 후 피사체와의 거리와 초점 거리를 기준으로 한번 더 광량을 조절합니다. 이 때 피사체와의 거리는 거리정보를 측정할 수 있는 D 렌즈가 측정합니다.

  반면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빛이 너무 어두워 측광으로 노출을 측정할 수 없을 때는 다른 방법으로 플래쉬의 광량을 조절합니다.

  광량이 부족한 경우 우선 플래쉬가 대략의 광량을 측정하기 위해 여러번 발광합니다. 이 때 플래쉬의 빛이 피사체에 반사되는데, 반사된 빛이 렌즈를 통해 들어와 셔터부분에 반사되어 아래쪽 TTL 센서로 향합니다. 이 때 TTL센서는 우선 피사체로부터의 반사광을 통해 적정 노출치 X를 미리 계산합니다. 그 후로 셔터막이 열리고 플래쉬는 본 발광에 들어갑니다. 이 때에도 마찬가지로 피사체에 빛이 반사되어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데 이번에는 셔터가 아닌 촬상면(CCD)에 반사됩니다. 촬상면에 반사된 반사광이 측광 센서로 향하고, 그 빛을 측정하여 미리 계산해둔 발광량 X와 같아지면 그 순간 발광을 중지합니다. 이 과정은 모두 카메라의 동조속도 사이에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플래쉬의 발광 시간은 동조속도보다 짧습니다. 과정을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플래쉬 연속발광 -> 2. 피사체의 반사광을 통해 TTL 센서가 적정 광량 X를 계산 -> 3. 플래쉬 본 발광 -> 4. 피사체의 반사광을 통해 TTL 센서가 광량을 측정 -> 5. 광량이 X 계산치에 도달 -> 6. 발광 중지

  현재 각 메이커의 TTL 시스템은 미놀타 ADI, 니콘 I-TTL, 캐논 E-TTL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우고 있으나 기본적인 원리는 대부분 동일합니다.

올림푸스 FL-36

니콘 SB-800

캐논 스피드라이트 580EX

<각 메이커의 TTL 플래쉬>

  몇몇 플래쉬는 자기 자신이 빛의 양을 측정하기도 합니다. 이를 오토 플래쉬라고 하는데 플래쉬 자체에 카메라에 장착된 것과 비슷한 노출계가 들어가 있습니다. 따라서 플래쉬 스스로 노출계를 사용해 광량을 측정하고 그에 따라 광량을 조절합니다. 하지만 이 경우는 초점 거리에 따라 피사체와의 거리가 달라지고 그만큼 반사광의 광량도 약해지기 때문에 망원 렌즈 사용시에는 충분한 반사광이 생기지 않아 노출이 부정확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카메라 기술이 발달하면서 주변기기의 성능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TTL 플래쉬는 1970년대에서부터 이미 사용되어오고 있는 기술이며 지금에 와서는 더욱 정확한 노출치를 검색하기 위해 피사체와의 거리, 초점거리, 주변 배경과 피사체의 노출차이 등 복합적인 요소까지 포함해 광량을 결정합니다. TTL 발광시 반사광이 필름면에 반사될 때의 반사율(일반 필름의 반사율과 디지탈 카메라 CCD의 반사율이 다르기 때문입니다)까지도 고려한 플래쉬가 대부분이라고 하니, 사진 촬영에 좋은 빛을 만들어 주는 플래쉬 기술은 점점 발전해 가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어두운 곳에서는 흔들림 보정 장치나 고감도를 사용하는 것처럼 인식되어왔지만 상황에 허락된다면 플래쉬를 사용하는 편이 더욱 유리합니다. 플래쉬 사용에 익숙한 사용자라면 가격이 낮고 광량이 풍부한 매뉴얼 플래쉬를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더욱 간편하게 플래쉬 촬영을 즐기려면 TTL 플래쉬가 제격입니다. 최근에는 성능이 뛰어나고 정확한 TTL 메커니즘으로 무장한 전용 플래쉬가 저렴한 가격에 많이 출시되어 있으니, 플래쉬가 필요하다면 이들 TTL 플래쉬의 이론과 종류 등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