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카메라 정보

흔들림 보정기능, 장단점을 알고 상황에 맞게 사용하자.

김영인 2010. 4. 23. 11:31

 

 최근 디지털 카메라의 주요한 트렌드 중 하나는 흔들림 보정 기능입니다. 사진 촬영시 흔들림은 가장 경계해야 하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흔들린 사진은 보정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순간을 포착한 사진이나 꼭 남겨두고 싶은 풍경, 인물을 잡아둔 사진이 흔들려 있다면 그 감동은 훨씬 덜하게 됩니다. 특히 줌을 최대로 사용한 망원 상태에서나 광량이 부족한 실내, 야간에는 흔들림이 더 일어나기 쉽습니다.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를 담기 좋아하는 A씨도 애써 촬영한 사진이 전부 흔들려 눈물을 머금고 사진을 지워 버려야 했던 경험을 여러번 겪어본 터라 이번에는 반드시 흔들림 보정 기능이 포함된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하겠다고 벼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흔들림 보정 기능이 있는 카메라를 구입한 후 부푼 마음으로 피사체를 향해 셔터를 눌렀습니다. 아니 그런데 이게 웬걸, 사진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흔들려 버린 피사체, A씨는 사진도 사진이지만 흔들림 보정기능이 추가된 장비를 구입하기 위해 지출한 금액을 생각하니 더욱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대체 이게 어찌된 노릇일까요?

  카메라 메이커에서 내놓은 흔들림 보정 메커니즘은 모두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차이가 있습니다. 방식의 차이가 있고 그에 따라 용도의 차이가 있습니다. 흔들림 보정 기능이 모든 흔들림을 잡아 주는 것은 아닙니다. 구동 방식에 따라, 그리고 자신이 촬영하려는 용도에 따라 적합한 흔들림 보정 방식이 따로 있는 것입니다.

  1. 렌즈 쉬프트식 흔들림 보정기능.

  렌즈 쉬프트식 흔들림 보정 기능은 니콘, 캐논, 파나소닉에서 주로 이용합니다. 이전에는 SLR 카메라의 교환식 렌즈에만 추가되는 것이 보통이었으나 최근에는 컴팩트 디지털 카메라에도 렌즈 쉬프트식 흔들림 보정기능을 추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니콘의 경우 원래는 렌즈 쉬프트식 보정이었으나 컴팩트 모델에서는 CCD 보정식을 지원하기도 합니다.

  렌즈 쉬프트식 보정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흔들림이 일어나는 반대 방향으로 렌즈군을 움직이는 것입니다. 렌즈군 내에 흔들림을 감지하는 자이로 센서가 내장되어있고 이 센서가 흔들림을 측정해 그 반대 방향으로 렌즈를 움직여 주는 원리입니다.

캐논 익서스 850IS

니콘 쿨픽스 P4

니콘 AF-S 18-200mm VR

<렌즈 쉬프트식 흔들림 보정 기능을 가진 제품들>

  렌즈 쉬프트식은 우선 렌즈의 가격이 높아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일반 렌즈에 비해 보정 렌즈와 센서, 모터 등의 부품이 추가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광각 영역에서 렌즈 쉬프트식 보정 기능을 사용하려면 렌즈의 직경이 커져야 한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흔들림 보정 기능 중에서는 가장 강력한 효과를 내기 때문에 셔터 속도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을 가집니다. 특히 망원 영역에서는 렌즈 보정이 가장 뛰어난 효과를 가집니다. 흔들림 보정 효과를 파인더 혹은 LCD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2. CCD 쉬프트식 흔들림 보정기능.

  CCD쉬프트식 흔들림 보정기능은 렌즈 쉬프트식 보정과 원리 자체는 거의 비슷합니다.  현재 미놀타, 올림푸스, 삼성, 펜탁스에서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렌즈 쉬프트식이 렌즈를 움직여 상의 흔들림을 제어하는 것에 비한다면 CCD 보정식은 상이 맺히는 촬상면을 움직인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렌즈 교환시 촬상면이 노출되는 SLR 카메라에서는 CCD 쉬프트 기능을 큰 먼지를 떨어내는 용도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올림푸스 뮤 750

펜탁스 K10D

  CCD쉬프트식 흔들림 보정기능은 망원 사용시에는 렌즈식 보정보다 불리합니다. 망원영역에서는 흔들림의 범위가 커지기 때문에 CCD의 움직임으로 흔들림을 추적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CCD 보정기능을 가진 대부분의 카메라들은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셔터를 누르는 순간에만 CCD 쉬프트를 작동시킵니다. 그 때문에 흔들림 보정 효과를 파인더로 확인할 수 없습니다. SLR카메라에서도 당연히 효과를 파인더로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CCD를 이용한 흔들림 보정이기 때문에 렌즈교환식 카메라의 경우 모든 렌즈의 흔들림을 보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렌즈, CCD 쉬프트식 흔들림 보정 기능은 촬영자의 흔들림을 제어해 주는 기능입니다. 따라서 어두운 곳에서나 촬영자가 흔들리는 경우 효과를 볼 수 있지만 피사체가 흔들리는 경우에는 큰 효과를 내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피사체의 경우 광학식 보정으로는 움직임을 잡아내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피사체의 움직임으로 인해 흔들림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고감도를 사용해 셔터속도를 확보, 피사체의 움직임을 단기간 내에 잡아내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이와 같은 광학식 보정 기능을 가진 카메라들을 삼각대에 거치시켜 사용할 경우 보정 기능을 꺼주는 것이 좋습니다. 무조건은 아니지만 간혹 삼각대에 거치한 상황에서 흔들림 보정 기능을 사용할 경우 오동작할 가능성이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흔들림 보정 기능 사용시에는 일반 촬영시보다 전력을 더 소모하기 때문에 전력 절감 차원에서 기능 동작 설정을 꺼주는 것이 좋습니다.

  3. 고감도 흔들림 보정기능.

  감도를 높이면 셔터 속도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사진 촬영시 흔들림은 대부분 셔터 속도가 느리기 때문인 점을 감안하면 고감도를 통해 셔터 속도를 확보하는 것이 더욱 원론적인 흔들림 보정 기능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필름 시절에는 셔터가 느려지는 상황에서 고감도 필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캐논 EOS-5D

후지필름 F31fd

<뛰어난 고감도 성능을 가진 카메라들>

  하지만 고감도 보정기능을 사용할 경우 노이즈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최근에는 이미지 처리 엔진의 성능이 높아져 고감도에서도 어느정도 노이즈가 적은 이미지를 얻을 수 있으나 여전히 컬러 노이즈는 많은 편입니다. 더러는 노이즈 감소 과정에서 이미지의 묘사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는 합니다. 반면 셔터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기 때문에 피사체가 빠르게 움직이는 경우는 렌즈 혹은 CCD 보정식보다 고감도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유리합니다. 소프트웨어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단가를 낮출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집니다.

  4. 소프트웨어 흔들림 보정기능.

  최근 대두되고 있는 것이 소프트웨어 보정입니다. 메이커에 따라 고감도 기능을 소프트웨어식 보정으로 표기하는 경우도 있으나 독자적인 기능을 가진 경우도 있습니다. 삼성의 ASR(Advanced Shake Reduction)의 경우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ASR은 고감도를 이용해 피사체의 윤곽을 측정하고 저속 셔터를 사용해 피사체의 색상을 측정한 뒤 2장의 화상을 합성하는 방식입니다. 이외에도 이미지의 샤프니스 설정을 최대로 놓거나 카메라 내부에 자이로 센서를 삽입하고 흔들린 방향과 정도를 조사해 화상에 반영하는 방식 등이 있습니다.


<삼성테크윈 NV7은 광학식 흔들림 보정과 고감도, 소프트웨어 보정을 모두 가진 카메라입니다.>

  소프트웨어 보정의 효과 자체는 광학 보정보다 떨어집니다. 이미지 화질면에서도 손해를 보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광학 장치를 넣을 필요가 없어 부품 단가를 낮출 수 있고 카메라의 부피도 줄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소프트웨어 기술은 계속 발전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보정 효과도 계속 개선되고 있다는 사실이 고무적입니다.

  흔들림 보정 기능. 표현은 간단하지만 다양한 메커니즘이 존재하며 그에 따라 효과나 사용 방식 역시 전부 다릅니다. 최근에는 2가지 이상의 흔들림 보정 기능을 한꺼번에 지원하는 디지털 카메라도 출시되어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흔들림 보정 기능의 원리를 우선 이해하고 장단점을 파악해 용도에 맞게 사용한다면 표기된 성능 이상을 끌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