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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트레킹] 크레이들 마운틴 트레킹

김영인 2011. 6. 21. 08:15

태고의 원시성 간직한 태즈메이니아, 그 ‘신비의 산’을 빗속에 누비다
      세계자연유산 등록된 청정 야생지역…트랙은 ‘요술 등산로’ 같아

 

 

인간이 살 수 있는 지구 남반구 최남단의 섬, 태즈메이니아(Tasmania)는 영감(Inspiration)의 섬, 신비의 섬, 천혜의 섬 등으로 불린다. 실제 태즈메이니아는 호주 대륙 제일 남쪽에서 240㎞가량 홀로 떨어져 각종 특이 생물과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어 생태계의 보고, 즉 보물섬(Treasure Island)으로 알려져 있다. 진화론자 다윈이 갈라파고스 섬에 도착하기 전 태즈메이니아의 원시 생태계와 진화과정에 대해서도 상당한 관심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희귀한 동식물들을 관찰하기 위해 세계의 오지탐사대나 모험가들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태즈메이니아 주정부는 ‘Discover Tasmania(디스커버 태즈메이니아)’라는 슬로건으로 태즈메이니아를 알리고 있다.

태즈메이니아의 천혜의 생태는 자연히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 보호받고 있다. 섬 전체는 남한의 3분의 2 정도 되지만 섬 면적의 20% 남짓 되는 138만㏊가 세계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수천 년 동안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원시 야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다른 20%는 생태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이 지역들은 모두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은 온대 원시 야생지이기도 하다. 세계자연유산지역과 생태보호구역이 포함된 국립공원이 모두 19개다. 그중 개방된 곳이 17개. 나머지 2곳은 아직 원시림 상태다.


▲ 크래터호수 한쪽 오두막에서 주변을 살피고 있다.

 

국립공원 구역인 태즈메이니아 중서부는 거의 전체가 천혜의 원시림으로 잘 보존돼 있다. 지도엔 전부 짙은 녹색이다. 인간에게 알려진 것도 1830~1840년대로 200년이 채 되지 않는다.

그 천혜의 자연에 오버랜드 트랙(Overland Track)이라는 80㎞ 트레킹 코스를 만들었다. 크레이들 마운틴(Mt. Cradle)을 포함한 중서부 국립공원 전체를 남북으로 종주하는 코스다. 로지에서 숙식하면서 일주일 남짓 걸린다. 그중 크레이들 마운틴을 오르는 길과 주변 호수를 순환하는 여러 등산로가 있다. 로니크릭(Ronny Creek)주차장에서 출발해 크래터호수를 지나 마리온(Marions, 1,223m)전망대에서 정점을 찍고, 다시 갔던 길로 30여 분 내려와 순환코스로 도브호수를 끼고 돌아 도브호수 주차장까지 내려오는 약 7.5㎞에 이르는 길을 호주관광청에서 태즈메이니아 관광코스 개발 차 한국의 여행사팀과 같이 사전답사에 나섰다.

크레이들 마운틴 로지에서 이른 아침 출발한 버스는 일행들을 태우고 로니크릭 주차장에 내렸다. 주변은 전형적인 들판이다. 들판을 가로질러 트랙이 놓여 있다. 트랙은 사방으로 뻗어 있고, 갈림길 주변에 이정표가 목적지를 가리키고 있다. 방문자들은 반드시 이름과 목적지, 돌아올 장소와 예정시간을 적는 방문기록을 남겨야 한다.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사고에 대비해 흔적을 남겨놓으면 즉시 구조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한다.


▲ 크레이들 마운틴의 중간 정점인 마리온전망대에 도착한 한국 일행들.

 

섬 전체 20%가 세계자연유산 구역

태즈메이니아 주정부는 태즈메이니아를 알리는 데는 세계자연유산 구역의 세계적인 트랙코스를 소개하는 것만큼 더 좋은 방법도 없다고 강조한다. 수십억 년 전의 원시림 사이로 걸으면서 감상하라고 트랙까지 조성했다. 온대 원시림, 원시 초본식물, 청정한 공기와 물, 수백 년 된 이끼 등 지구상 다른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야생의 자연과 신비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몇 걸음 내딛지 않아 태즈메이니아의 신비로운 자연에 스스로 감탄하는 모습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타닌 성분을 함유한 버튼그라스가 대형 군락을 이뤄 묘한 운치를 자아낸다. 다른 초본식물은 없고 오로지 버튼그라스뿐이다. 정중앙에서 나오는 열매가 단추 비슷하게 생겨 버튼그라스란 이름으로 불렸다고 한다.

고도를 확인하니 930m다. 다른 고도계는 890m이다. 대략 900m 되는 듯했다. 웬만한 산에서 출발한 셈이다. 크레이들 마운틴 정상이 해발 1,545m이지만 일정상 마리온전망대까지만 올라가고 하산하기로 했다. 위도는 남위 42도쯤 된다. 이런 위도에서 1,000m 가까운 고도에 있으니 춥다. 울창한 숲 사이로 내리는 비를 맞으며 걸으니 더 춥다. 추울 땐 걸으면서 열을 내야 한다. 모두들 비바람을 맞으며 열심히 걷고 있다.


▲ 도브호수의 아름다운 전경.

 

버튼그라스 사이로 나무데크를 조성해 오버랜드 트랙을 잘 조성해 놓았다. 그 사이로 일렬로 걸으며, 크래터호수까지 1.5시간, 마리온전망대까지 3시간이라 적힌 이정표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길도 좋고 경치도 좋고 분위기도 좋고, 운치까지 있어 더욱 좋았다. 전날 저녁부터 내리던 비는 그치질 않고 계속 뿌렸다. 온대우림지역으로 비가 매우 잦다. 연중 절반가량 비가 내리는 해양성 기후라 더욱 그렇다. 비에 젖은 들판에선 구름인지 습기인지 물안개가 서서히 피어올라 운치는 더했지만 눈에 보이는 게 없어 조망을 살필 수 없다.

숲속으로 접어드는 길이 나왔다. 버튼그라스의 초본에 유칼립투스 목본식물이 한 폭의 수채화같이 잘 어울린다. 숲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밖에서 본 정취보다 훨씬 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원시림의 생태가 그대로 살아 있기 때문이다.

비에 젖은 유칼립투스는 더욱 붉은빛을 띠며 색깔을 뽐내는 듯했고 미끈한 각선미도 과시했다. 온대우림지역이 이렇게 신비롭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울 뿐이다.

 

 

태즈메이니아의 원시 자연에 반해서 일 년의 절반을 태즈메이니아의 풍광을 렌즈에 담는 일본인 아이하라(Aihara Masaaki) 씨는 “태즈메이니아의 숲을 보는 순간 나무와 자연이 나를 찍어달라고 손짓을 하는 듯했다. 46억 년 전부터 살아 있는 지구와 지구의 자연에 사진을 통해 영혼과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에서 인터뷰하면서 “태즈메이니아에서 제일 좋은 게 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즉시 “공기”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인간이 사는 지구상에서 가장 때 묻지 않은 공기의 감촉을 느끼며 인간이 여태 경험하지 못한 환상의 세계, 우주의 세계가 태즈메이니아에는 스며있다고 자랑할 정도다. 실제로 그만큼 감촉이 좋다.

‘신비의 숲’ 트레킹에서 아쉬운 건 비가 내려 태즈메이니아에서만 살고 있는 동물들의 모습을 전혀 볼 수 없다는 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동물이 태즈메이니아데블(Tasmania Devil)이다. 실제로는 전혀 악마 같지 않은 온순한 동물이다. 19세기 탐험가들이 태즈메이니아에 처음 상륙했을 때 모습은 드러내지 않고 악마의 울음 같은 소리가 숲속에서 들려와 모습을 보지도 않고 ‘태즈메이니아데블’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한다. 실제 이들은 영락없는 악마 소리를 낸다. 싸울 때 절대 상대방을 물지 않으며 서로 입을 크게 벌려, 더 큰 소리를 내거나 입을 크게 벌린 놈이 이긴 것으로 간주하거나 먹이를 차지한다. 입을 원체 크게 벌려 서로 좌우로 부딪치다 보니 입 주변에 상처가 많이 생긴다. 그래서 이들은 지금 원인 모를 구강암에 걸려 종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태즈메이니아 주정부에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 크레이들 마운틴 어디를 가든지 호주 특유의 유칼립투스 나무를 볼 수 있다.

 

수백 년 된 이끼도 등산로 옆에 자라

태즈메이니아 고유종은 또 있다. 캥거루와 비슷하지만 캥거루와는 조금 다른 월라비(Swamp Wallaby), 야행성인 웜뱃(Wombats)도 어딘가 꼭꼭 숨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들을 볼 수 없지만 대신 비에 젖은 나무와 숲의 고즈넉한 모습은 또 다른 장관이다. 버튼그라스의 풀잎 끝에 매달린 물방울은 떨어질 듯 말 듯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아슬아슬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했다. 물에 젖은 수백 년은 족히 된 듯한 이끼는 마치 발광을 하는 듯 더욱 녹색 빛을 내고 있다. 원시림 측정 지표가 되는 기생식물인 지엽초도 더욱 하얀색을 발한다.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그동안 뽐내지 못했던 모습들을 한껏 과시했다.

호주에서 유일하게 낙엽 지는 나무인 파거스(Fagus)도 붉은 단풍으로 치장하고 있다. 우리의 너도밤나무(Nothofagus gunnii)와 비슷한 종이라고 한다. 잎은 100원짜리 동전만 하다. 짙은 붉은색이 물에 젖자 황금색으로 변해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다. 비가 내리는 길 위로 물안개가 살살 피어올라 황금빛의 유칼립투스 가지가 너울거리는 듯한 모습과 너무 어울렸다. 마치 길이 마술을 부리고 있는 것 같다.


▲ 크레이들 마운틴에 있는 릴라호수 (앞쪽)와 도브호수의 물안개가 낀 운치 있는 모습을 담았다.

 

가는 곳마다 이정표와 방향 표시는 잘되어 있다. 크래터(Crater)폭포에 다다랐다. 폭포 주변엔 수백 년 된 이끼가 더욱 녹색으로 짙게 했다. 상큼한 기분이 든다. 색깔이 주는 느낌이다. 나뭇잎들도 물을 안아 파릇파릇하다. 정말 자연이 마술을 부리는 ‘요술 등산로’ 같다.

고도를 높일수록 나무들은 키가 점점 작아졌고, 관목들이 눈에 많이 띈다. 유칼립투스 줄기도 점점 가늘어졌다.

능선 위로 올라서는 순간 커다란 호수 하나가 자리 잡고 있다. 1,000m가량의 고지에 이렇게 큰 호수가 있다는 사실도 신기했다. 해발 1,035m에 있는 크래터(Crater)호수다. 물은 전부 짙은 녹색을 띠고 있다. 버튼그라스의 뿌리에서 나오는 타닌 성분 때문이라고 한다.


▲ 호주에서 크레이들 마운틴에 온 일행이 산을 오르려고 하고 있다.

 

호수 옆에 조그만 오두막이 하나 있다. 호주 태생의 구스타브 웨인도퍼(Gustav Weindorfer)가 1912년 크레이들 마운틴의 장엄함에 매료되어 아예 이곳으로 이주해서 만든 오두막이다. 구스타브는 이 지역을 모든 세대들이 영원히 즐기면서 보존할 수 있도록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기 위해 열성적으로 노력했다. 그 꿈은 1922년 이뤄져 오늘날에 이르게 된 것이다. 지금 크레이들 마운틴엔 그의 공로를 기리는 흔적들이 아직 남아 있다.

크레이들 마운틴엔 유달리 물이 많다. 산 아래에서 수력발전소를 돌려 전기를 생산할 정도라고 한다. 더욱이 이 물을 그냥 마셔도 전혀 탈이 없다. 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마실 수 있는 나라는 세계에서 불과 몇 개 나라밖에 되지 않는데, 태즈메이니아도 그중의 한 곳이다.


▲ 크레이들 마운틴 등산로 입구엔 야생초지 사이로 나무데크를 놓아 등산로를 조성했다.

 

호수엔 타닌 성분 많아 짙은 녹색

다시 능선 하나를 더 올라서자 바람은 더욱 세차게 불었다. 절벽 낭떠러지 밑에 있는 카스린스 풀(Kathleens Pool)이라는 호수도 물안개로 뒤덮여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다. 서쪽으로는 도브호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호수는 주변을 한 바퀴 도는 산책코스가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바람은 이제 비와 더불어 강해졌다. 우의가 찢어지기도 했다. 신발은 이미 물에 흠뻑 젖어 발이 절버덕절버덕 거렸다. 우의를 입었지만 이미 신체의 상당 부분이 물에 젖은 상태였다. 주변을 둘러볼 겨를도 없다. 그냥 내려갈 수도 있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정상은 아니더라도 목적지까지는 도달하자고 전부 스스로 독려했다.

 

 

마지막 가파른 바위길을 헉헉거리며 올랐다. 세찬 바람을 헤치고 마침내 해발 1,223m의 마리온전망대에 도달했다. 전망대 밑으로 도브호수가 넓게 펼쳐져 있다. 세계자연유산 구역 내 크기로는 한손에 꼽을 만한 호수다. 바람이 너무 세차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다.

이곳에서 도브호수뿐만 아니라 크레이들 마운틴 정상까지 조망이 가능해서 전망대라고 붙여졌다. 그러나 이 날은 전망이 아니라 비바람과 물안개 때문에 불과 몇 십 미터도 제대로 볼 수 없다.

바람을 피하기 위해 잠시 몸을 숨기는 순간 땅에 박힌 철봉 꼭대기에 안경이 하나 꽂혀 있다. 우리 일행 것은 아니다. 아마 다른 관광객이 비가 너무 내려 아예 안경을 벗고 가는 편이 나을 것 같아 이곳에 꽂아두고 간 듯했다.

마리온전망대에서 가파른 바위길을 내려와 이젠 도브호수를 향해 방향을 틀었다. 바람이 조금 수그러들었다. 하산길에 보이는 호수는 도대체 몇 개나 있는지 가늠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많다. 크래터호수, 도브호수, 릴라호수, 카스린스 풀, 움배트 풀 등 눈에 띄는 것만 해도 5개다. 지도를 보니 10개는 족히 됐다. 물이 넘쳐 나는 산이다.


 

하산길은 평소 등산하는 사람이 많은지 나무데크로 잘 정돈돼 있다. 유칼립투스와 버튼그라스와 나무데크길 등도 더욱 잘 어울렸다. 호수 옆으로 운치 있게 가지를 늘어뜨린 참나무 비슷한 쉬오크(Sheoak)도 있다.

비가 오는 중에도 외국인 등산객 두 사람을 만났다.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왔다고 했다.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재충전하려고 왔다”고 말했다. 비가 내리는 줄 알았는지 완벽한 복장을 갖췄다. 우중에도 굳이 비행기 타고 와서 왜 등산하려고 하는 건지. 그의 말대로 단순히 재충전을 위해서?

크레이들 마운틴의 하산길도 역시 자연 그대로였다. 신비, 영감, 원시림 등 태즈메이니아의 산을 말할 때 흔히 사용되는 말들이 꼭 들어맞는 듯하다. 그러나 뭔가 하나가 빠진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계속 곰곰이 생각하다 주변을 다시 한 번 둘러봤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바로 우리의 산하에서 본 듯한 그 산이었다. 우리의 산과 같이 결코 높지 않으면서 친숙한, 그래서 어디서 본 듯하면서 결코 본 적이 없는 신비의 자연을 그대로 간직한 산이다.

비록 비바람이 몰아치고, 우박에 눈까지 내리는 악천후였지만 결코 후회되지 않을, 즐겁고 의미 있는 크레이들 마운틴의 추억을 만든 1일 등산이었다. 그리고 언제든 기회가 되면 다시 오고픈 그런 산이다.


▲ 호주관광청 주재 팸투어에 참가한 여행사팀들이 마리온전망대를 향해 일제히 오르고 있다.

 


태즈메이니아 트레일

큰 코스 5개· 짧은 코스 60개 등 총 2,000㎞ 넘어

강원도를 제외한 남한의 면적과 비슷한 태즈메이니아는 한마디로 ‘걷기천국’이다. 섬 전체를 쉽게 걸을 수 있도록 잘 연결시켜 조성했다. 총연장 2,000㎞ 이상에 달하는 세계적 수준의 산책로와 등산로, 고산지대에 자리한 수천 개의 호수와 강들, 수백 개의 깨끗한 해변, 넓은 지하동굴, 300개 이상의 크고 작은 섬들 등에서 모두 걸을 수 있도록 했다.

걷는 코스를 크게 ‘큰 걷기코스(Great walks of Tasmania)’와 ‘60개 짧은 코스(60 Great Short Walks)로 나눴다. 큰 걷기코스(Great walks of Tasmania)는 지역에 따라 다섯 개로 안배했다.  세계자연유산 구역인 오버랜드 트랙, 태즈메이니아의 최남단 곶이 있는 곳에 남해안트랙(The South Coast Track), 마리아섬(Maria Island), 그리고 동쪽 해안을 따라 태즈메이니아해안 트레일(The Tasman Coastal Trail)과 프레이시넷반도 순환(Freycinet Peninsula Circuit) 등이 이에 해당한다.

마리아섬은 우리나라 울릉도와 같이 태즈메이니아에서 동쪽 해안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아름다운 화강암으로 구성된 섬이다. 마리아섬의 남쪽  하운티드만(Haunted Bay)에서 북쪽 볼랜거곶(Cape Boullanger)까지 순환코스 포함 총 34㎞를 해안선 따라 걸으며 환상적인 남극해를 감상할 수 있다. 프레이시넷반도 순환코스는 총 21㎞로, 에모스 마운틴에 올라 미국 잡지 <아웃사이드(Outside)>가 세계 10대 해변으로 선정한 와인글라스만(Wineglass Bay)의 아름다운 해안을 즐길 수 있다.

태즈만 동쪽 해안트레일은 남쪽 필라곶(Cape Pillar)에서 북쪽 워터폴만(Waterfall Bay)까지 순환코스 포함 총38㎞로, 주상절리와 같은 기암절벽과 아름다운 해안을 감상하며 걷도록 조성했다. 세계자연유산 구역인 오버랜드 트랙은 크레이들 마운틴에서 남쪽 세인트 클래어호수까지 총 80㎞를 걸으며 태즈메이니아의 원시림과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유일한 산악형 트레일이기도 한 곳이다. 로지에서 숙박하며 일주일가량 걸려 종주도 가능하다. 남해안트랙은 태즈메이니아 남해 쿠클 크릭(Cockle Creek)에서 멜라루카(Melaleuca)까지 90㎞에 이르는 해안선을 남극해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걷는 길이다.

큰 길은 5개로 나눴지만 짧은 길은 태즈메이니아와 부속 섬에 무려 60개가 있다. 먼저 태즈메이니아 주도(州都)이면서 호주 전체에서 두 번째로 조성된 도시인 호바트와 그 주변(Hobart and Surrounds)에 17개의 산책코스가 있다. 서울의 북한산과 같이 호바트 뒷산인 웰링턴(1,270m)으로 오르는 코스도 있고, 해안 국립공원과 만과 곶, 태즈메이니아의 수목을 감상할 수 있는 코스 등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서부 야생초지(The Western Wilderness)에 15개 코스가 있다. 이 코스에 크레이들 마운틴 순환코스와 정상 등산, 호수 순환코스, 폭포· 절벽· 강 탐방과 체험 등 다양한 코스가 마련돼 있다. 그리고 북서 해안과 킹섬(The North West Coast and King Island) 주변에 해안과 계곡, 전망대 등을 즐길 수 있는 6개 코스도 조성돼 있다.

 

 

동북부 지역엔 호수와 폭포, 숲을 즐길 수 있는 6개 코스가 있다. 마지막으로 동쪽 해안과 플린더섬(The East Coast and Flinders Island)엔 암벽과 전망대, 폭포, 해안, 해안절벽 등을 감상할 수 있는 16개 코스가 있다.

2,000㎞ 이상 되는 태즈메이니아의 트레킹 코스를 걸으며 사람 손이 닿지 않은 깨끗한 자연, 세계 어디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한 야생 동식물을 경험하고 발견하면 새로운 삶을 충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 태즈메이니아 크레이들 마운틴 트레킹에서 올라가는 도중 크레이들폭포에서 팸투어 일행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와인 글라스 비치’ 내려다보는 에모스 마운틴 등산

에모스 마운틴은 프레이시넷국립공원에 있고, 파슨스· 보딘· 도브· 메이슨산과 연봉을 이루고 있다. 태즈메이니아에서는 이를 해저드산맥(The Hazards)이라고 부른다.

가장 높은 봉우리인 프레이시넷산이 620m다. 정상에 오르면 미국의 유명 매거진 <아웃사이더>가 세계 10대 해변으로 선정한 아름다운 해안선으로 유명한 와인글라스 베이가 눈 아래 내려다보인다. 와인글라스 베이를 감상하고 태즈메이니아의 산은 어떤가 싶어 에모스(454m) 정상까지 올랐다. 출발하기 전 밑에서 올려다 본 에모스는 암벽 봉우리가 우뚝 솟은 나름대로 위용을 갖춘 산으로 보인다.


▲ 크레이들 마운틴 도보를 즐기는 한 일행이 도브호수에서 크레이들 마운틴을 배경으로 한가로이 보트를 타는 모습을 담았다.

 

출발은 평이했다. 수종은 달랐지만 우리 산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숲길과 등산로였다. 이정표도 초반에 잘 표시돼 있다. 10여 분 지나자 이정표는 사라지고 등산로 위에 페인트로 가는 방향을 가리켰다.

20분쯤 지나자 서서히 고도가 높아졌다. 암벽 정도는 아니지만 경사가 제법 있는 리지다. 태즈메이니아의 지형은 위험하지 않으면서 어디선가 본 듯한 매우 친숙한 특징을 지녔다. 등산 리본도 나뭇가지에 달려 있다. 반갑다. 잠시 숨 돌리면서 고개를 뒤로 돌렸다. 반도에 있는 산이다 보니 양쪽으로 다 바다가 보인다. 한쪽은 만이고 다른 쪽은 태즈메이니아해협이지만, 크게 보면 남극해의 일부다. 코스베이마을과 스완씨마을도 저 멀리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다. 2010년에 개관한 태즈메이니아 최고급 휴양 호텔 사파이어도 숲속에 있다. 하룻밤 묵는 데만 호주 달러로 1,700달러부터라고 한다. 언감생심이다.

고도를 조금씩 올리자 숨이 차왔다. 500m가 안 된다고는 하지만 바로 해안에서 치고 올라오는 산이라 한국의 500m급 산보다 더 힘들었다. 등산로 주변에 있는 유칼립투스군락은 태즈메이니아 어디를 가나 볼 수 있는 수종이다. 호주의 고유종이기도 하다.

출발한 지 1시간40여 분 만에 정상에 다다랐다. 사방 조망이 확 트였다. 그 유명한 와인글라스 베이도 아름다운 해안선을 자랑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감탄할 만하다. 와인글라스 베이는 와인 잔과 비슷한 해안선 모습뿐만 아니라 한창 고래잡이가 허용되던 시기에, 이곳으로 한껏 모여들었다가 죽음을 당한 고래들이 흘린 피로 빨갛게 물들자, 마치 잔에 레드와인을 따른 것처럼 보여 불렸다고 한다.

정상은 주상절리 같은 암벽 봉우리가 자태를 뽐냈다. 주변을 맘껏 즐기고 다시 하산이다. 그리 높지는 않았지만 경관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그런 산이다. 갔던 등산로로 되돌아왔다.


▲ 크레이들 마운틴의 웅장한 모습을 담았다. / 사진=호주관광청 제공

 

▲ 크레이들 마운틴을 배경으로 도브호수 순환로를 외국인 도보객이 걷고 있다. / 사진=호주관광청 제공

 


태즈메이니아 탐방 가이드
한국의 정반대쪽에 있는 호주의 태즈메이니아에 가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경이롭고 신비로운 원시의 숲과 광활한 바다 위에 끝이 없을 것 같은 수평선, 깎아지른 듯 기암절벽, 희귀한 동식물 등 볼거리가 너무 많은 새로운 세계의 경험은 힘든 여정을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는다. 특히 태즈메이니아의 온대와 해양성 기후에서 생산되는 포도와 양모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비가 많고 일교차가 심해 포도에 당분이 많다. 실제로 호주 본토의 멜버른은 하루에 4계절이 지나가고, 태즈메이니아에서는 1시간에 4계절이 오고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후변화가 심하다.

현재 서울에서 호주로 가는 방법은 대한항공이 멜버른과 브리즈번에 일주일에 세 번씩, 시드니에 매일 운항하는 비행기를 탈 수밖에 없다. 호주의 이 세 도시에서 호주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태즈메이니아로 가야 한다. 구체적인 여행이나 트레킹 일정은 태즈메이니아 주정부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www.discovertasmania.com.au 또는 www.discovertasmania.co.kr)나 또 다른 홈페이지(www.tasmania .com)를 통해 확인하면 된다. 현지에서 여행가이드를 하는 이군열씨(호주명 토마스 리)에게 문의(070-7571-1711, 인터넷 전화로 시내요금 적용)하면 자세히 설명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