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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무역은 세계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를 가장 많이 생산한다. 거의 모든 유명 브랜드를 영원무역에서 생산한다고 보면 된다. 노스페이스·스마트울·골드윈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브랜드 전부 다 해당한다. 영원무역 생산공정에서 나오는 제품이 무려 28개 이상이다. 그만큼 영원무역의 기술력은 업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실제로 “다른 하청업체에 맡길 수도 있지만 가장 믿고 맡길 수 있는 업체는 영원무역뿐이다”라는 말을 공공연히 할 정도다.
영원무역은 국내 최초로 다운재킷과 고어텍스를 생산했고, 국내 최초로 쉘러 원단을 사용했고, 국내 최초로 무봉제공법으로 의류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여러 분야에서 ‘국내 최초’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무봉제공법은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원무역이 이렇게 우수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정작 ‘영원’ 브랜드 매출은 영 죽을 쑤고 있다. 업계 순위 10위권 밖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영원무역 장경애 통합브랜드 사업본부장 이사는 “영원아웃도어의 다양한 유통전략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으나 영원 브랜드 이미지가 약해질까 고민”이라며 “일단 제대로 된 기술력으로 영원 브랜드의 모든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이 ‘영원 브랜드는 영원하다’는 사실을 알고 돌아올 때까지 세계 유명브랜드 제품을 가져와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장 이사는 “생산 다변화를 계속 유지하면서 숨은 강호의 실력자가 커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줄 날이 분명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 ▲ 장경애 이사가 디자인팀과 함께 제품에 대해 구체적으로 의논을 나누고 있다.
- 영원이 다양한 세계 유명 브랜드를 가져와 유통 다변화를 꾀하는 것은 다름 아닌 영원의 경쟁력을 더욱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세계 유명 브랜드를 영원 대리점에서 팔면 영원 브랜드 매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 같지만 그것을 역설적·긍정적·발전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영원 브랜드만 고수할 때는 변화가 없어 기술과 매출이 정체상태에 빠져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고 장 이사는 강조했다.
사실 영원의 아웃도어 제품이 다른 유명 브랜드에 결코 뒤지지 않고 우수하다는 사실은 몇 년 전 실험으로 증명된 바 있다. 제품 브랜드를 전부 떼고 소비자들에게 ‘어느 제품이 좋으냐’고 물으니, 영원 제품을 압도적으로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결국 제품의 기능이나 디자인보다 브랜드 이미지가 매출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 위한 다양한 작업 중
지금 영원에서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한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YOUNGONE’이라는 글자를 조금 키우기도 하고 작게도 하고, 서체에 변화를 주기도 하고, 세로로 세우기도 하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브랜드가 촌스럽다는 평을 듣지만 결코 영원 브랜드를 포기할 수 없다는 각오다.
영원 아웃도어 제품의 다양성과 경쟁력은 출범 초기부터 유지했다. 사실 아웃도어란 개념은 영원의 성기학 회장이 국내에서 제일 먼저 사용했다. 집 밖에서 하는 모든 활동이 아웃도어이며, 아웃도어 활동을 위한 모든 제품을 만들어 수출할 목적으로 1974년 회사를 설립했다. 따라서 아웃도어에 필요한 모든 제품을 최고의 품질로 만들어 팔겠다는 신념으로 회사를 세운 것이다.
- ▲ 영원 통합브랜드 사업부 장경애 이사가 영원 로고가 선명히 보이는 매장에서 제품에 대해서 설명한 뒤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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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의 기본 개념인 외부 활동은 따뜻한 보온 옷이 필수 조건이다. 그래서 다운재킷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만들었다. 이후 방수투습성 고어텍스 제품을 생산했다. 방수·방풍 재킷 제조는 봉제기술까지 진전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영원만의 봉제기술의 특징은 웰딩(welding)과 본딩(bonding)이라는 기술에 있다. 웰딩 봉제기술은 원단과 원단을 이어 옷을 만들 때 바늘과 실을 이용하지 않고 접착제나 열처리 등으로 가공해서 붙이는 기술을 말한다. 본딩은 2개의 원단을 접착제를 사용해서 붙이는 작업 기술이다. 이는 결국 원단에 실과 바늘을 사용하지 않는 공법으로, 방수와 방풍기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높이는 최첨단 원단 가공방법이다. 다른 브랜드와 차별될 수밖에 없는 공정이다. 본딩 공법은 기능성 재킷과 바지 등 고어텍스나 고가의 제품 제조에 주로 사용된다. 영원에서 생산되는 모든 제품에 동일한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아웃도어와 스포츠 제품 수출전문기업으로 출범한 영원은 그 목적에 걸맞게 10여 년 전부터 멀티 브랜드 전략을 함께 추구했다. 현재 영원에서 사용하는 브랜드는 영원뿐만 아니라 노스페이스·에이글·골드윈·테크니카·스마트울·익스트리미티즈·스톰 등이 있고, 국내 사입 브랜드로는 레키·페츨·잠발란·파이브텐·이글크릭·날진·빅토리녹스·블랙다이아몬드가 있다. 이렇듯 순수 토종 브랜드 ‘영원’이 눈에 잘 안 띄는 구조이기도 하다.
영원의 출범 목적에 맞게 초기엔 주로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주문자상표에 의한 생산방식) 방식에 집중했다. 영원이란 브랜드를 키울 수 있는 여건도 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OEM 방식을 유지하는 이유는 영원무역 본공장보다 더 나은 품질을 보장하는 대체공장을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 ▲ 영원 봉제팀이 봉제작업을 하고 있는 현장.
- 장 이사는 “OEM은 주문받은 후 자사 생산제품을 납품하는 경우이지만 지금은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방식으로 자체 상품개발 후 생산 납품하는 경우를 말한다”며 “당연히 연구개발과 투자를 본사에서 직접 하고 있어, 기술력을 더욱 발전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는 ODM이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영원의 매출수준은 미미하다. 아웃도어 유통 브랜드로서 10위권에 머물고 있다. 자회사인 골드윈코리아가 한국판권을 갖고 있는 노스페이스 브랜드에 비할 바가 아니다. 2010년 영원 브랜드 매출이 600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올해는 1,000억 원을 목표로 잡고 있다. 내수시장 점유율은 현재 2% 정도에 불과하지만 노스페이스·골드윈 등 영원유통이 갖고 있는 점유율은 25%에 달한다.
영원은 이제부터 내수에도 관심을 가질 때가 됐다고 장 이사는 각오를 다졌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여태까지 고수했던 멀티 브랜드 전략을 유통 다각화로 연결시켜 제품 판매를 증가시켜 나갈 계획이고, 세계 최대 생산시설을 이용한 다양한 상품도 준비 중이다. 또 자회사격인 노스페이스 브랜드와 중복되지 않은 상품을 개발하고 고객 타깃을 차별화할 방침이다.
그 첫 작품이 캠핑으로 나왔다. 캠핑은 노스페이스 브랜드와 차별이 되고,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면서 매출을 증대시킬 이상적인 목표를 설정한 것이다. 캠핑시장은 현재 전체 규모가 약 3,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아웃도어 규모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캠핑 장비 자체가 몇 십만 원에서 몇 천만 원까지 호가하는 등 가격대가 높기 때문에 커지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늘어날 수 있다.
영원은 직원들 교육부터 들어갔다. 지난 5월 중순 직원들과 함께 춘천 중도 야영장 3만여 평을 빌려 텐트 수십 동을 치고 야영 실전 경험을 했다. 캠핑장비를 팔기 위해선 직원들이 장비에 대해 사전에 완전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직원들 반응은 제각각이었지만 성공적이었다. “생전 처음 밖에서 텐트 치고 잤지만 너무 재미있었다”, “텐트 치는 건 별로 어렵지 않았지만 스크린 치는 건 쉽지 않았다” 등 캠핑장비에 관심을 보였다.
- ▲ 1 익스트림 레인재킷. / 2 침낭. / 3 코펠. / 4 야외용 의자.
- 직원들만 캠핑훈련을 시킨 건 아니다. ‘영원 히스토리’란 광고를 내면서 영원 브랜드의 초기 제품을 구입하고 아직 간직하고 있으면서 사연을 보낸 고객을 대상으로 국내외 여행 서비스를 하면서 전부 영원 장비로 캠핑할 예정이다. 총 200명 가까이 선정됐다. 6월 중순쯤 야영이 계획돼 있으며, 아직 장소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영원 히스토리’ 이벤트는 영원 제품품질의 우수성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27년 전 다운재킷을 구입한 고객이 그 재킷을 딸에게 물려주었다. 딸이 ‘영원 히스토리’ 이벤트에 응모하면서 그 재킷을 보내왔을 때 재킷 내부의 오리털은 출고 당시와 별로 차이가 없을 정도로 좋은 상태를 유지했다. 영원 직원들조차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그 기술력은 캠핑장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영원한 고객에 몇 년 내 파격행사 할 것”
장 이사는 “우선 입문자용 캠핑장비부터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며,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가격을 20% 정도 내리고 사용하기 간편하게 출시했다”고 밝혔다. “장비 가격폭이 크기 때문에 소비자들도 가격에 따라 그룹핑돼, 아웃도어 의류 시장보다 급속히 캠핑 선두주자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장 이사는 “캠핑시장의 추이를 보고 머지않은 시기에 자전거 시장에도 뛰어들려고 조심스럽게 시장상황을 타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위스 현지를 방문, 앞으로의 가능성과 기능의 발전에 대해 전반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 ▲ 5 스마트울 양말. / 6 유니섹스 익스트림 레인재킷. / 7 침낭. / 8 매시 선반. / 9 테크니카 타란툴라. / 10 스마트울 셔츠.
- 장 이사는 “영원 브랜드가 앞으로 성장할 일밖에 없다”고 조심스럽게 미래를 전망했다. 우선 몇 년 전부터 영원브랜드도 상당한 이익을 남기기 시작했다. 그 전에는 ‘왜 수익을 내지 못했는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이뤄졌다. 몇 가지 이유가 나왔다. 필요 이상으로 제품을 많이 만들고, 지나친 세일행사를 했고, 너무 많은 직원을 채용해 유휴인력이 많았던 점이 꼽혔다. 장 이사는 4년 전부터 전부 반대로 전략을 세웠다. 필요 이상으로 많이 안 만들고, 쓸데없는 행사나 이벤트를 하지 않고, 직원 충원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그 결과 매출은 2배 반이 늘었으나 직원은 그대로다. 한마디로 그 전에는 방만경영이었다는 뜻이다.
경영 측면만이 아니고 제품 생산방식도 개선해 좀 더 세분화시켜 제품을 제조, 판매했다. 이전에는 등산을 가장 많이 하는 연령층이 40~50대라고 간주해 그 체형에 맞게 등산복을 생산했다. 그러나 그 외의 세대들에겐 다소 어색하고 촌스럽게 보였다. 이를 각 세대별로 팀을 나눠 체형을 분석해서 맞춤형 의류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로써 촌스럽고 덜 세련된 이미지를 일대 쇄신하는 계기가 됐다.
또 멀티브랜드 전략으로 다른 브랜드가 제공하지 못하는 특징 있는 제품을 속속 영원플라자에서 팔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제품이 스마트울(Smartwool)과 테크니카(Technica) 등산화다. 두 브랜드 모두 미국과 유럽에서 각각 1위를 하고 있는 제품들이다. 스마트울은 100% 양모로 만든 친환경적 제품이다. 양모이면서 사계절 체온조절이 가능하고, 땀흡수가 빨라 냄새가 나지 않는 특징이 있다. 또 뛰어난 흡습 기능과 속건 기능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게 하는 특징이 있다고 장 이사는 강조했다. 테크니카 등산화는 한국인의 체형에 맞게 조금 보정하면서 워킹화와 함께 출시했다.
장 이사는 “영원도 스타마케팅이나 다양하게 홍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나, 그것보다 발전할 수 있는 내부 힘을 모으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며 “현재 영원의 30만 고객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면밀히 분석하고 수십 년 동안 영원과 우정을 나눈 고객을 대상으로 파격적인 할인행사를 하는 등 마지막 승자가 되기 위한 내공을 쌓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