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백패킹이 인기를 끌며 티타늄 소재의 코펠과 식기에 대한 관심이 높다. 원자 번호 22인 티타늄(Titanium)은 비중 4.5, 융점 1,800℃로 경도가 매우 높고 여린 금속이다. 가볍지만 탄소강에 버금가는 강도를 지녀 항공기, 우주선 등에 많이 사용된다. 뛰어난 내식성을 지닌 데다 인체에 무해해 의료용으로도 인기다. 그러나 소재의 가격이 높아 조리기구로 쓰기에는 너무 고가라는 점이 문제다. 하지만 백패킹 마니아들은 배낭 무게를 줄이기 위해 티타늄 쿠커를 필수품으로 보는 추세다.
지금껏 국내에 유통되던 티타늄 코펠이나 식기는 대부분 수입품이었다. 그런데 최근 국내 업체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어 대중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그래도 여전히 티타늄은 알루미늄 제품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의 가격차가 있다. 값도 문제지만 티타늄 쿠커는 음식 조리가 쉽지 않은 것 또한 단점이다. 물을 끓이거나 국을 데우는 것은 괜찮으나 밥을 짓고 고기 굽기가 불편하다.
티타늄 소재의 특성
아웃도어용품 전문매장 ‘7942CAMP’의 임병일 대표는 “티타늄 제품은 뭐니뭐니해도 가벼운 맛에 쓴다”면서 “장비 무게에 민감한 백패커들이 주요 소비자들이고, 감성과 스타일을 중요시하는 오토캠퍼들도 티타늄을 선호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티타늄 쿠커를 처음 구입하면 몇 번 써보고는 창고에 처박아두거나 중고로 처분하는 분들도 적지 않다”면서 “티타늄의 특성을 잘 모르고 일반 코펠처럼 사용하다가 불편해서 사용을 포기하는 경우다”고 말했다.
- ▲ 제로그램에서 출시해 국내에 시판 중인 티타늄 소재의 코펠과 보울, 접시.
티타늄 쿠커를 사용하려면 소재가 가진 고유의 성질을 알아야 한다. 티타늄은 가볍지만 강도가 높다. 이런 성질 때문에 비행기를 만드는 소재로 많이 쓰인다. 코펠로 만들었을 때 그만큼 가볍고 단단하다는 뜻이다. 내식성도 좋고 안전해 알루미늄이나 중금속의 독성에 노출될 위험이 없다.
- ▲ 음식물이 눌러 붙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코팅을 한 제품도 있다. 사진의 왼쪽 제품이 코팅을 한 것.
티타늄은 열전도성이 낮기 때문에 조리도구로 사용하기 불편한 측면이 있다. 즉 불이 닿는 곳은 온도가 쉽게 올라가지만 불꽃에서 멀어질수록 열이 잘 전달되지 않는다. 그래서 밥을 하기 어렵고 고기를 구워도 쉽게 탄다. 반면 두께가 얇기 때문에 물을 끓이는 속도는 오히려 빠르다. 거의 열 손실이 없이 코펠 속의 내용물로 에너지가 전달되기 때문이다.
티타늄 쿠커는 두께가 얇기 때문에 불이 닿으면 색과 형태가 쉽게 변하는 것도 단점이다. 티타늄 판의 두께가 얇을수록 형태 변화가 심하다. 음식물이 눌러 붙지 않도록 코팅을 한 제품은 몇 차례 열 변형을 겪으면 코팅의 내구성이 급격히 떨어지기도 한다. 이를 예방하려면 반드시 코펠을 가열할 때 음식물이 든 상태로 사용해야 한다.
티타늄 쿠커의 종류
- ▲ 가벼움에 초점을 맞춘 싱글월 티타늄 머그컵.
- ▲ 보온 기능이 첨가된 이중 티타늄 머그컵.
티타늄은 가공이 쉽지 않은 금속으로 알려져 있다. 프레스로 강한 힘을 가해 얇게 펴려면 주름이 지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얇고 가볍게 만드는 것이 기술이다. 주로 일본 브랜드의 제품들이 종잇장처럼 가볍고 두께도 얇다. 캠핑용품으로 유명한 스노우피크 제품이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은 편이며 에버뉴는 제품 라인이 다양하다. 국내 브랜드로는 AMG티타늄이 다양한 제품을 직접 생산해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그밖에 제로그램(Zerogram), 스노라인(Snowline), 내셔널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 등에서 티타늄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티타늄 쿠커는 크게 코펠과 컵으로 구분된다. 코펠도 3인용 이하의 소형 사이즈만 나온다. 1~2인용으로 맞춘 세트가 가장 많이 팔리는 형태다. 컵은 종류가 비교적 다양한 편이다. 작고 가벼운 시에라컵부터 머그컵, 이중컵, 보울, 접시 등 많은 형태가 있다. 코펠과 컵, 접시 등을 모두 티타늄 세트로 맞춰서 사용하는 마니아들도 많다.
- ▲ 1 제로그램의 티타늄 접시와 보울.
- ▲ 2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판매 중인 티타늄 보울 세트.
- ▲ 3 시에라컵도 가벼운 티타늄 제품이 나온다.
- ▲ 4 스노우피크의 인기 티타늄 모델인 트렉시리즈. 세 제품을 하나로 수납할 수 있다.
- ▲ 5 티타늄 컵의 형태도 매우 다양하다. 깊이가 얕은 제품과 코팅팬.
- ▲ 6 유명 일제 티타늄 쿠커 브랜드인 에버뉴 제품들.
티타늄 제품 사용 TIP
티타늄 쿠커로는 복잡한 조리가 힘들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고수들은 티타늄 코펠로 밥 하고 달걀 프라이도 해먹는다. 나름대로의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티타늄 코펠을 사용하며 겪게 되는 가장 문제가 밥 짓기의 어려움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코펠 바닥에 열이 골고루 퍼지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 ▲ 티타늄 쿠커는 바닥이 얇아 열손실이 적은 편이다. 물을 끓이는 데는 탁월한 성능을 발휘한다.
가장 쉬운 방법이 철제 통조림 뚜껑을 버너 화구와 코펠 사이에 올려두는 것이다. 간접 가열을 통해 열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이 방법은 제법 효과적이다. 하지만 통조림 뚜껑을 따로 가지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어떤 이들은 코펠 속에 종이 호일을 깔고 밥을 하기도 한다. 이 역시 쌀을 간접 가열하는 방식 중 하나다. 하지만 종이 호일의 안전성을 신뢰하지 않는 시각도 있다.
티타늄 코펠을 이용해 음식을 조리하려면 먼저 중간불로 골고루 예열을 한 뒤 약한 불로 줄여서 사용하는 좋다. 불 조절을 잘 하면 구이나 볶음 요리도 충분히 가능하다. 코팅된 제품이 조리에 더 유리하지만 역시 강한 불은 피해야 한다. 티타늄 코펠은 라면이나 죽, 수프 같은 유동식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꼭 밥을 먹어야겠다면 알파미라는 동결건조식품을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티타늄 소품
최근 국산 티타늄 제품이 대거 출시되는 가운데 여러 가지 소품들이 유행하고 있다. 예전에는 숟가락이나 포크가 티타늄 소품의 전부였다면, 지금은 집게와 포크스푼, 접이식 국자 등 더욱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시장에서만 나타나고 있는 이런 현상은 역으로 특이한 소품들이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 우리 업체들이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 ▲ 1 토종 브랜드인 AMG티타튬이 생산한 소품인 스푼과 집게. 2 국자와 포크, 집게, 포크스푼 등 다양한 소품이 출시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