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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의류는 기능성의 싸움이라는 게 지금까지의 상식이다. 사실 맞는 말이다. 야외활동은 극한 환경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 그에 적합한 기능성은 필수다. 따라서 어느 정도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성능의 제품은 야외용으로 적합지 않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능성과 더불어 패션 디자인에 대한 사용자들의 요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방풍재킷 한 벌을 입더라도 남들보다 멋있고 폼이 나야 한다는 것이다.
의류는 소재와 색상, 디자인에 따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변화를 줄 수 있는 분야다. 하지만 아웃도어 의류는 기능성과 활동성을 염두에 둔 디자인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다. 그만큼 디자인에 제한이 많다. 재킷과 티셔츠, 바지 등 기능적으로 구분된 카테고리 이상의 파격도 기대하기 힘들다. 대부분의 브랜드에서 비슷비슷한 디자인의 제품이 출시되는 것도 이러한 한계 때문이다.
최근 출시되는 아웃도어 의류는 소재와 색상에서 차별화를 추구하려는 경향이 눈에 띈다. 브랜드 특유의 색상 군과 과감한 패턴의 프린트를 이용하는 것이 좋은 예다. 그런데 얼마 전 조금 더 진보된 개념의 소재의 개발이 완료되며 이러한 판도에 변화가 예상된다. 카멜레온처럼 색깔이 변하는 원단이 등장한 것이다.
- ▲ 동보상사가 개발한 햇빛과 습기에 변색하는 카멜레온 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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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보상사(대표 황의윤)가 개발한 일광·흡습 변색 원단은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의류 소재다. 환경에 따라 원단의 색상이 변하는 것은 패션 디자인에 혁신적인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는 기능성이다. 같은 스타일이라도 완전히 새로운 느낌의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 기술은 특허출원(특허출원번호 10#2011#0042217)을 마친 상태로 아직 완제품이 시장에 나오지는 않았다. 동보상사 황의윤 대표는 “지금까지 이런 원단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었다”면서, “변색 원단은 아웃도어 패션 디자인에 다양성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랜 원단개발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토대로 발상의 전환을 통해 이런 독특한 소재의 개발에 성공했다. 기존에 일반인이 접할 수 있는 변색 기술은 코팅렌즈 정도다. 햇빛이 닿으면 색깔이 짙어지는 것을 이용해 선글라스용 렌즈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옷의 색깔이 변하는 것은 아직 없었다. 사실 원사의 광변색 기술은 이미 몇 해 전 실용화되어 시장에 나온 상태다. 하지만 높은 원가와 희귀성으로 실제 완제품으로 출시된 것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일광 변색-빛 받으면 염료 변색하며 화려한 패턴 드러나
동보상사가 개발한 일광 변색 원단은 특수 제작한 원료를 혼합해 롤러 프린트해서 제조한다. 이를 원적외선 건조 후 특주 전자파 원리의 고착 과정을 거쳐 표면 열처리를 하면 완성된다. 모든 공정은 에코타입 공법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 어떤 프린트보다 인체 친화적이라고 업체는 주장한다.
일반 나염은 평범한 환경에서 색상 변화가 없다. 하지만 일광 변색 가공을 한 원단은 햇빛이 있는 외부로 나가면 프린트한 부위에 색상 변화가 일어난다. 한 가지 옷으로 실내와 야외에서 다른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는 것이다.
- ▲ 1 강한 햇빛을 받으면 순식간에 숨어 있던 무늬가 나타난다. 2 분무기로 물을 뿜으니 선명한 패턴이 드러나는 흡습 변색 원단. 3 물이 묻은 곳과 마른 곳이 완전히 다른 원단처럼 보인다.
- 실제로 이 제품을 맑은 날 야외로 들고 나가보면 2~3초 내에 숨어 있던 무늬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자외선에 반응해 숨어 있던 염료 속의 색상이 살아나며 획기적인 시각적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그 반응 속도가 생각 외로 빠르고 즉각적이다. 옷을 입고 숲에 있다고 가정했을 때, 햇빛을 받는 부위와 그늘이 진 곳의 무늬가 확연하게 차이가 남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날이 흐리면 아무래도 변색 반응이 조금 늦어진다.
황 사장은 “일광 변색 기술은 무늬나 패턴을 얼마든지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 디자인의 새로운 변화를 줄 수 있는 아이템”이라면서 “이러한 처리는 니트(Knit)나 직물 원단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해 디자인 개발의 새로운 키맨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광 변색은 두 가지 패턴으로 구현이 가능하다. 실내에서는 A색상의 무늬로 있지만 햇빛을 받으면 B색상의 무늬로 변화하는 것이 첫 번째. 또 한 가지는 그늘에서는 무늬가 없는 솔리드 원단으로 보이지만 자외선을 받으면 색상이 있는 무늬가 나타나는 형식이다. 디자이너가 원하는 시각적인 효과에 따라 원단을 골라서 사용할 수 있다.
일광 변색은 국내외 많은 섬유업체에서 개발을 시도했으나 성공적인 사례가 보고된 바가 없었다. 동보상사 역시 협력업체 연구팀과 여러 해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적지 않은 자본을 투자해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흡습 변색-물이 닿는 곳에 숨어 있던 무늬 나타나
흡습 변색 원단은 특수 제작한 원료를 혼합해 일광 변색 방법과 다른 추가 공정을 더해 만든다. 일광 변색 원단과 마찬가지로 마지막에는 특수 전자파 원리의 고착 과정을 거친다. 이 원단 역시 환경친화적 공법을 사용해 인체에 무해하며 안전하다고 한다.
원리는 간단하다. 원단에 습기가 묻으면 염료가 반응해 무늬가 나타나는 방법이다. 흡습·속건 기능성을 표방하는 제품은 이 원단을 사용할 경우 그 성능을 눈으로 직접 보여줄 수 있다. 변색 무늬에 자사 로고를 이용하면 브랜드 선전 효과도 부수적으로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등산을 하면서 땀을 흘릴 경우 흡습 변색 원단은 브랜드의 로고나 여러 종류의 패턴으로 색깔이 변하게 된다. 그리고 동시에 빠르게 마르며 무늬가 사라져 속건 기능을 눈으로 보여줄 수 있다. 시각적으로 성능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이다. 흡습 변색 원단을 사용하면 단조로운 민무늬 패턴보다 자연스럽고 다양한 디자인의 연출이 가능하다.
흡습 변색 원단은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아웃도어 브랜드의 의류나 골프웨어에 획기적인 아이템으로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원단은 향후 메이저 아웃도어 브랜드 위주로 공급할 예정이다. 일반 원단에 비해 높은 단가가 걸림돌이지만, 색다른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는 더 없이 매력적인 제품이 될 것이 틀림없다. 변색 원단을 사용한 제품은 이르면 올 가을부터 시중에서 만나 볼 수 있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