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생존기술 부시크래프트 배우기 3 | '물'을 만드는 기술] '이것' 없으면 목숨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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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은 무수히 많다. 그 가운데 가장 기본이 되는 세 가지 요소를 ‘의식주(衣食住)’로 집약해 정의할 수 있다. 입을 옷과 먹는 음식, a머무를 집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최소한의 장비로 즐기는 부시크래프트 캠핑도 이러한 인간 삶의 요소를 어떠한 형태로라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반드시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다.
- ▲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해 깨끗한 물을 만드는 증류 장치를 만들어 가동하고 있다. 오염된 물의 증류 시범을 위해 사유지에서 허락을 얻어 일시적으로 불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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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 캠핑을 추구하는 부시크래프트는 물, 불, 칼을 3대 필수요소로 꼽는다. 생존이 목적인 서바이벌 기술에도 이 요소들은 빠질 수 없는 중요한 것들이다. 이 요소들 가운데 물은 인간의 생명 유지에 가장 중요한 물질이다. 음식은 한 달 이상 먹지 않아도 살 수 있지만, 물은 3일만 못 마시면 목숨을 잃는다.
네이버 부시크래프트카페(cafe.naver.com/bushcraftcafe)의 서대용(닉네임 북위삼칠)씨는 “도시에서는 어디서나 쉽게 생수를 구입할 수 있지만 오지의 환경에서는 식수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우리나라는 야외에서 물을 구하기 쉬운 편이지만, 물을 정화해 식수로 만들거나 자연 현상을 이용해 물을 모으는 기술을 익혀둘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번 달에는 오지 환경에서 물을 모으고 정화해서 식수로 이용하는 여러 가지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주변에서 안전한 물 찾기 (빗물, 수액(樹液), 깨끗한 지하수는 비교적 안전)
“우리나라도 이제 환경오염이 심해서, 깨끗해 보이는 물도 함부로 마시면 안 됩니다. 세균, 기생충, 화학물질, 중금속에 의해 오염된 물은 생명에 지장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지리산처럼 큰 산의 계곡물은 비교적 안전합니다. 하지만 민가나 공장 등과 가까운 곳에서 마실 물을 구할 때는 조심해야 합니다.”
- ▲ 증류를 이용한 방법 1 가열이 가능하고 밀폐할 수 있는 용기에 오염된 물을 담고 끓인다. 2 상단에 구멍을 뚫어 파이프를 연결하고 진흙으로 밀봉한다. 3 파이프 중간에 수건을 감아 차가운 물을 뿌리면 수증기가 물로 변한다. 4 증발된 수증기가 냉각되며 물이 되어 파이프 끝으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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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상태의 물 가운데 식수로 그대로 쓸 수 있는 것은 나무의 수액과 빗물, 깨끗한 지하수 정도다. 바위틈이나 우물에서 솟아나는 샘물이나 약수 가운데 식수로 적합한 것들이 많다. 하지만 장마나 태풍으로 비가 많이 내리면 토양층의 오염물질이 그대로 지하수로 유입돼 일시적으로 수질이 악화되기도 한다. 이런 물은 오염이 덜한 편이라 간단한 정수 처리를 한 뒤에 마시면 문제가 없다.
“깊은 골짜기를 흐르는 계곡의 1급수도 동물 배설물로 인한 기생충이나 이질아메바 같은 세균에 오염됐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이런 물은 정수처리를 하면 안전하게 마실 수 있어요. 하지만 고여 있거나 물이 심하게 탁할 경우 오염됐을 가능성이 높아 식수로 적합지 않습니다.”
논밭 근처의 샘이나 연못, 작은 시냇물 등은 농약, 비료, 퇴비에 오염되기 쉽다. 주위의 오염원을 확인하고 정수해서 마셔야 안전하다. 탄광이 많았던 강원도나 일부지역의 폐광 근처는 특히 위험하므로 절대 주의가 필요하다. 폐광에서 흘러나오는 물에 중금속이나 유독물질이 녹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가나 축사 근처의 물도 생활 축산폐수에 오염됐을 수 있어 피한다. 큰 강은 수량이 많아 샛강의 오염도를 희석해서 비교적 안전하지만 녹조류 등이 번식한 물은 피하도록 한다. 빗물은 깨끗한 곳에서 받은 것이라면 증류수에 가까워 그냥 마셔도 안전하다. 단 빗물이 닿는 부분이 더러우면 역시 안전하지 않다.
“바닷물 1리터에는 약 30g의 소금이 들어 있습니다. 그대로 마시면 탈수와 신장 장애를 일으킬 수 있어 위험합니다. 하지만 바닷물과 식수를 1 대 2 비율로 혼합하면 마셔도 문제가 없습니다. 만조 때 바닷가 근처를 파서 솟아나는 물은 염분 함유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식수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나무에서 물을 얻는 방법도 알아두면 유용하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 나무에 작은 구멍을 뚫거나 상처를 내서 수액을 받아서 먹는 것이다. 고로쇠나무, 거제수나무, 박달나무, 층층나무, 호깨나무, 노각나무, 머루덩굴, 다래덩굴, 으름덩굴, 자작나무, 단풍나무, 서나무, 피나무, 삼나무, 대나무 등의 수액은 그냥 마셔도 된다. 베어놓은 짚단, 죽은 포도나무, 자작나무, 단풍나무 속을 긁어모아 짜면 물을 얻을 수 있다.
“나무는 지속적으로 호흡하면서 수분을 내보내는데, 나뭇잎이 있는 나뭇가지를 비닐로 싸서 밀폐하면 날아가는 수분을 모을 수 있습니다. 낮밤을 가리지 않고 모든 식물과 나무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런 호흡을 계속합니다. 단 독성이 있는 나무는 피해야 합니다.”
이른 아침에 이슬을 스펀지나 수건으로 적셔 물을 모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일출 후 한 시간이 지나면 모두 증발해 버리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 맨땅을 파서 비닐을 덮어두면 땅에서 증발하는 물을 모을 수 있다.
오염된 물을 깨끗하게 하는 정수법 (침전, 여과, 증류, 기화, 살균, 휴대용 정수기…)
캠프사이트 주변에서 마실 수 있는 안전하고 깨끗한 물을 구할 수 있다면 최상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차선책을 세워야 한다. 흙탕물이나 여러 물질로 오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물이라도 정수와 살균을 거치면 식수로 사용할 수 있다.
- ▲ 여과 필터를 이용한 방법 1 페트병에 숯과 모래, 자갈을 차례로 담아 간이 정수 필터를 만든다. 2 필터를 잡고 오염된 흙탕물을 통과시키면 맑은 물을 얻을 수 있다. 3 오염된 물을 여러 차례 반복해 필터를 통과시키면 점차 맑아진다. 4 필터는 모래와 숯을 20~30cm가량 층으로 쌓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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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간편한 것이 휴대용 정수기나 살균제를 사용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러한 장비를 갖추지 못했을 때는 최소한의 기구를 이용하는 부시크래프트 기술을 적용한다. 물론 이는 번거롭고 품이 많이 들며 비효율적일 수 있다. 하지만 물 한 모금이 아쉬운 상황이라면 무엇이든 시도해 봐야 한다.
자연법칙을 이용한 가장 간단한 방법이 침전(沈澱)을 이용하는 것이다. 흙탕물을 떠서 가만히 두면 이물질이 가라앉게 되는데 깨끗한 윗물만 따라서 살균하면 된다. 냉각(冷却)도 물을 정수하는 데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오렌지주스 등의 음료를 얼렸다 반 정도 녹여서 얼음만 걷어내 녹이면 음료의 농도가 옅어진다. 이 원리로 바닷물을 얼렸다 녹이면 염분이 적은 물을 얻을 수 있다. 바닷물이 얼어서 생성된 유빙을 식수로 사용하는 것도 비슷한 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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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 필터로 깨끗한 물 만들기
“여과(濾過)는 물을 깨끗하게 하는 방법으로 널리 쓰입니다. 하지만 물 속에 들어 있는 여러 가지 이물질을 걸러서 탁도를 좋게 하는 방법이지, 살균은 아니므로 안전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 기화 현상을 이용한 방법 1 흙의 수분을 증발시켜 물을 모으려면 30cm 이상 깊이로 땅을 판 뒤 가운데 컵을 놓고 비닐을 잘 덮는다. 2 컵이 있는 중앙에 작은 돌을 얹어 비닐이 기울어지게 만든다. 3 햇빛이 강할 때 더욱 쉽게 물이 모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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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에서 여과필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갈과 모래, 숯 등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한다. 이 재료를 옷이나 양말, 페트병, 고깔 모양의 나무껍질 용기에 넣어 필터를 만든다. 충전물은 위에서부터 자갈. 모래, 숯의 순으로 20?30cm 이상 채워 물을 통과시키면 된다. 숯(활성탄)은 정수기 필터에도 사용되는 재료인 만큼 여과에 뛰어난 효과를 보인다.
모세관 현상을 이용한 정수법도 있다. 두 개의 컵을 준비하고 컵 하나에는 오염된 물을 넣고 헝겊으로 다른 빈 컵과 연결한다. 물이 들어있는 컵을 위에, 빈 컵을 아래쪽에 두면 모세관 현상에 의해 물만 아래 쪽 컵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미세한 부유물이 섞여 있으면 정수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
“증류(蒸溜)는 바닷물을 식수로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오염이 심한 물도 처리가 가능합니다. 간단한 방법은 냄비에 물을 넣고 끓이며 위에 수건을 올려놓는 것입니다.
수증기가 수건에 흡수되면 이것을 짜서 물을 만듭니다. 증류 장비를 만들면 훨씬 효율적입니다. 밀폐되는 금속용기를 구해 상단에 파이프를 박고 밑에 불을 피워서 수증기가 관을 통해 빠져나가게 합니다. 이 때 파이프에 젖은 수건을 덮어서 식히면 수증기가 물로 변합니다. 불순물이 제거된 깨끗한 물을 구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 ▲ 나무의 수액을 채취하는 방법 1 나무의 수액은 정수 처리 없이 마실 수 있는 안전한 물이다. 2 나무에 드릴을 이용해 5cm 정도 깊이의 구멍을 뚫는다. 3 구멍에 대나무나 작은 파이프를 박아두면 수액이 흘러내린다. 4 모세관현상을 이용한 정수 방법. 맑은 물이 낮은 곳으로 흘러 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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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화(氣化) 현상 역시 야외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방법이다. 수분을 자연적으로 증발시켜 물을 만드는 것으로, 바닷물이나 소변, 오염이 심한 물의 처리가 가능하다. 기화는 일조량이 풍부하고 기온이 높은 사막에서 매우 효율적인 방식이다.
“두 개의 페트병 입구를 연결하고 한쪽에 오염된 물을 넣고 햇빛에 노출시킵니다. 그리고 다른 병을 땅에 묻어 차갑게 식히면 기화된 수증기가 이곳으로 이동해 응집됩니다. 여러 가지 용기나 비닐봉투를 이용해서 응용이 가능한 방법입니다. 흙이 없는 바다 위에서 조난을 당했다면, 한쪽 페트병은 검은 비닐을 감싸고 다른 쪽은 차갑게 식히면 물이 모입니다. 재료만 구할 수 있으면 매우 효과적인 정수 방법입니다.”
- ▲ 정수제를 이용한 살균법 1 오염된 물의 살균과 정수에 사용하는 약품인 아쿠아탭스. 2 작은 정제 ‘아쿠아탭스’는 휴대와 보관이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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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화 현상을 이용해 흙 속의 물을 모으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비닐을 이용하는 것이다. 땅을 30cm 정도 깊이로 파고 가운데 컵을 놓은 다음 위를 비닐로 덮는다. 그리고 비닐의 가운데 부분에 작은 돌멩이를 올려서 컵이 있는 부분이 오목하게 되게 만든다. 햇빛을 받으면 흙 속의 물이 기화되면서 비닐에 맺히고, 가운데 컵으로 떨어지면서 모인다. 이때 생 나뭇잎을 넣어 주면 더 많은 물을 얻을 수 있다.
물은 1분 이상 끓이면 살균 완료
물속에 이물질은 없지만 기생충과 세균에 오염되었을 때는 살균(殺菌)을 해야 마실 수 있다. 물을 끓이는 것은 가장 안전하고 좋은 살균방법이다. 1분 이상 끓이기만 해도 대부분의 기생충과 세균은 죽는다. 그러나 중금속이나 독소는 사라지지 않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 ▲ 나뭇잎에서 나오는 수분을 모으는 법 잎이 무성한 나뭇가지에 비닐봉투를 씌워 4시간 정도 밀봉해 두면 한 컵 정도의 물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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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DCC(이염화이소시아뉼산나트륨) 성분의 ‘아쿠아탭스’는 정제와 분말형으로 출시되어 있는 식수 소독제다. 1980년대부터 콜레라, 장티푸스, 설사 등 수인성(水因性) 질병을 예방하는 데 이용되어 왔다. 정제는 한 알로 1~20리터의 물을 정화할 수 있도록 사이즈별로 출시되어 있다. 오염된 물에 넣어 30분이면 충분한 살균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 1 부유물이 많은 계곡물을 망사가 달린 모자를 이용해 거르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여과방법이다. 2 물을 정수하고 살균하는 데 필요한 재료들. 가정용 락스는 유사시 안전한 식수를 만드는 데 사용할 수 있다. 3 바닷물이나 오염된 물을 끓여서 수증기를 수건으로 모으는 것은 증류를 이용한 방법이다. 4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흡입식 휴대용정수기. 5 라이프 스트로(Life Straw)’는 간단하게 휴대할 수 있고 가벼운 것이 장점이다. 6 흡입식 휴대용정수기로 계곡물을 정수하고 있다. 7 기화의 원리로 맑은 물을 얻는 방법. 페트병을 연결하고 빈 쪽을 땅에 묻어 온도차를 만들면 수증기가 응결되어 물이 고인다. 8 야외에서 여러 방법으로 식수를 만드는 데 도전한 부시크래프트카페 회원과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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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시에는 가정용 락스로 물을 살균할 수 있습니다. 단 계면활성제나 향이 들어 있지 않은 순수 치아염소산나트륨을 5~6% 함유한 제품을 사용합니다. 물 1리터에 락스 4방울을 넣고 30분 이상 기다리면 살균이 됩니다. 물에서 이상한 맛이 날 것 같지만 별다른 냄새도 느낄 수 없습니다. 가정용 락스 한 병이면 비상시 많은 식수를 살균할 수 있습니다.”
정수제가 없을 때는 강력한 살균력을 자랑하는 태양광을 이용할 수 있다. 투명한 페트병에 물을 담아 직사광선에 6시간 이상 노출시키면 어느 정도 세균을 제거할 수 있다. 비용이 저렴해 수인성전염병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아프리카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정수법이다.
사실 가장 편리한 것이 휴대용정수기로서, 필터방식과 자외선 살균방식으로 구분된다. 필터 방식은 사용법에 따라 4가지 형태의 제품이 나와 있다. 중력을 이용해 물을 위에서 아래로 흐르게 하면서 필터를 통과시키는 ‘유하식 정수기’와 수동펌프로 물을 흡인시킨 후 필터를 통과시키는 ‘흡입식 정수기’, 휴대용 물통 안쪽에 필터를 설치한 ‘수통식 정수기’, 직접 입으로 빨아서 마시는 빨대형이 있다.
휴대용 정수기의 대표주자는 ‘라이프 스트로(Life Straw)’다. 스위스 베스트가드 프랑센(Vestergaard Frandsen)이 만든 이 제품은 2005년부터 취수 환경이 열악한 곳이나 군사용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별도의 전원이나 필터 교체 없이 약 700리터의 물을 정수할 수 있으며, 99.9999%의 박테리아와 98.5%의 바이러스를 걸러낼 수 있다고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