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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캐나다로키

김영인 2011. 4. 7. 07:23

 

 

컬러시대에 본 흑백영화 한 편
      빅 비하이브·에메랄드호수·존스턴 캐년 스노슈잉 & 루이스호수 엑스크로싱 스키

 

내 눈길 앞으로 모든 선이 하나의 점으로 모인다. 2차선 도로폭이 하나의 점으로 수렴하고, 양쪽에 도열한 침엽수림의 끝 간 곳도 하나의 점이다. 그 점을 집어삼킬 듯 허공이 짓누른다. ‘더 이상은 보려 하지 마라. 너희들은 3차원의 세계에 속한 미물들이다.’ 캐나다로키의 전형적인 침엽수림 너머로는 시간의 무게를 느끼게 하는, 백설기 무지개떡처럼 지질층을 가지런히 드러낸 독특한 산봉들이 보우강(Bow River)을 따라 도열해 있을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3차원의 존재가 아닌, 시간의 존재를 생각해낸 4차원의 존재다. 그래서 캐나다로키산맥이 언제 형성되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렀는지 알고 있다. 왜 높은 산에서 바다 속 생물들의 화석이 나오는지(그것은 이 산봉들이 저 옛날 한때 바다 속이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지질층이 온전히 드러난 산봉들이 왜 일정하게 한쪽으로만 기울어 있는지(지각판의 충돌로 인해 단층작용과 습곡작용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리고 그렇게 가파른 절벽들이 어떻게 느닷없이 섬뜩하게 나타나는지(한때 빙하에 덮여 있다가 빙하가 퇴각하면서 깎아 버렸음을 말해 준다)를-.

소백산 북동부에 ‘구봉팔문안(九峰八門-)’이라는 독특한 지형이 있다. 습곡작용에 의해 들어올려진 산봉들 사이로 빙하가 깎아내리며 일렬로 늘어선 아홉 봉우리 사이마다 여덟 골짜기를 가지런히 형성한 지형이다. 그 골짜기 하나에 천태종 본산인 구인사가 있다. 이 지형의 원형을 보려고 굳이 캐나다로키까지 왔던가. 인간의 역사로는 감이 잡히지 않는 오랜 기간 동안 침식당해 우리의 구봉팔문안은 많이 순화돼 있지만, 캐나다로키는 펄펄 살아 산봉마다 골짜기마다 아직도 꿈틀거리고 있다.

완만한 노년기 지형에 익숙한 우리가 이 젊디젊은 산군 속으로, 그것도 겨울의 한복판에 들어서려 하자 예상대로 이 산봉들은 두텁게 눈을 뒤집어쓰고 완강하게 거부했다.


▲ 빅 비하이브 트레일. 오른쪽 마이산의 암마이봉처럼 솟은 봉우리가 빅 비하이브이고, 왼쪽은 페어뷰 마운틴 능선이다.

 


파우더 스노의 진수를 맛보다-빅 비하이브 스노슈잉

인천공항~밴프공항(3시간 대기 후 트랜스퍼)~캘거리공항을 거쳐 이 거대한 나라를 가로지르는 1번 고속도로(Trans Canada Highway)를 타고 단숨에 캐나다로키산맥(Canadian Rocky Mountains=Canadian Rockies)으로 들어선다. 밴프국립공원(Banff National Park)의 심장부인 밴프를 지나치고 레이크 루이스 빌리지(Lake Louise Village)에 도착했다. 해가 떨어지고나서 인천을 떠나 근 20시간 만에 이곳에 도달했지만 여전히 밤이다. 밤이 우리를 따라왔는지, 우리가 밤을 좇아왔는지. 레이크 루이스 인(Lake Louise Inn)의 널찍한 침대가 마음에 든다.

이튿날(1월27일) 마을 상가에 있는 공원 안내소(information center)에서 오늘 오를 빅 비하이브(Big Beehive·2,270m) 등산로 정보와 날씨 정보를 얻는다. 눈사태 위험이 있으니 아그네스 티하우스(tea house·숙박은 되지 않고 차와 간단한 식사만 됨)까지만 오르란다. 장비점에서 스노슈즈를 빌리고(대여료 1일 10캐나다달러) 마을에서 약 3km 떨어진 루이스호수로 차로 올라갔다.


▲ 존스턴 캐년의 협곡 구간.

 

“이 호텔 매니저는 손님에게 이렇게 인사한답니다. ‘Welcome to the museum!(박물관에 잘 오셨습니다)’ ”

호수 앞에 자리 잡은 샤토 레이크 루이스 호텔은 개장한 지 100년이 넘은 호텔이다(1890년 개점). 그래서인지 인테리어와 집기들이 오래 된 것들이 많아 ‘박물관’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다. 로비 카페에서 창밖으로 루이스호수와 주변 산들을 내다보며 차 한 잔 마시는 것이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의 로망이라 하는데, 우리는 산행을 마치고 나서 생맥주 한 잔 들이키기로 했다.

호텔쪽 호안 가까이에는 얼음궁전이 그림처럼 세워져 있고, 스케이트를 탈 수 있도록 둥그렇게 눈을 치워 놓았다. 눈이 가득 찬 호수 왼쪽으로 페어뷰 마운틴(Fairview Mountain·2744m) 능선이, 오른쪽에는 세인트 피란봉(Mount St. Piran) 능선이 호수를 감싸고 있고, 호수 너머 저 안쪽으로 빙하 6개가 모여 허연 대지를 이룬 육빙하평원(Plain of Six Glaciers)이 전형적인 겨울 캐나다로키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육빙하평원 안쪽으로는 더 큰 빅토리아빙하가 있을 것이다.

호텔을 떠나자마자 산길은 호수와 서서히 멀어지며 고도를 높인다. 침엽수림 속을 1시간가량 오르자 규모가 작은 미러호수(Mirror Lake)가 나오고, 그 위로 빅 비하이브가 우뚝하다. 솟은 모습이 마치 진안 마이산의 암마이봉을 닮았다. 호텔에서도 이 암봉을 보았지만, 뒷산 자락에 묻혀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다. 그것이 이곳에서는 웅장하다 못해 위압적으로 내리누른다. 얼지 않았을 때 이 암봉이 호수에 비치는 모습이 아름다워 ‘거울 호수’라는 이름이 붙었을 것이다.


▲ 에메랄드호수 트레일.

 

경사가 점점 가팔라지며 약 30분 더 오르자 계단이 나오고 바로 티하우스와 제법 넓은 아그네스호수(Lake Agnes)가 펼쳐진다. 그리고 다시 호수 위로 악마의 엄지손가락(Devil's Thumb)이 위압적으로 솟아 있다. 겨울에는 문을 닫는 티하우스까지는 러셀이 되어 있어서 쉽게 올라왔다. 아래로 루이스호수와 호텔이 내려다보이고, 이 국립공원을 관통하는 보우계곡(Bow Valley) 건너편으로 캐나다 최대의 스키장(레이크 루이스스키장)도 보인다.

테라스에 자리 잡고 컵라면을 국으로 삼아 뻑뻑한 햄버거를 우걱우걱 씹는다. 호수에서는 그다지 춥지 않았는데, 이곳에서는 움직이지 않으니 금방 추위가 스며든다. 서둘러 배낭을 챙기고 스노슈즈를 착용했다. 빅 비하이브 정상은 포기하고 리틀 비하이브(Little Beehive·2,225m)를 거쳐 호텔로 돌아 내려서기로 했지만, 이것도 여의치 않았다.

티하우스에서 나서자마자 스노슈즈를 신었는데도 눈속으로 20~30cm는 빠져든다. 기후가 건조해 눈은 건설이다. 호텔에서 티하우스로 올라올 때도 러셀로 다져진 부분만 벗어나면 허리까지 빠졌다. 샤토 레이크 루이스 호텔의 카페에서 창밖의 호수를 내다보며 차 한 잔 마시는 것이 관광객들의 로망이라면, 파우더 스노(powder snow)의 진수를 맛보며 온전한 신설에 발자국을 내는 것은 겨울 캐나다로키를 찾은 트레커들의 로망이다.

조금은 위험해 보이는 절벽 밑을 통과하자 나무가 자라지 않는 설사면이 나타나며 다시 한번 조망이 터졌다. 여기서 우리는 가이드의 충고를 듣기로 했다. 러셀 자국이 없다는 것은 눈이 쌓인 후 아무도 가지 않았다는 것이고, 그 이유는 안내소의 눈사태 충고를 모든 트레커들이 받아들였다는 의미란다. 캐나다로키 초보자들에게, 그것도 겨울에 이 정도면 맛보기로 충분하단다. 그런데 맛보기만 하다가 끝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

 

겨울이면 설국으로 변하는 호수-에메랄드호수 트레일



아침부터 하늘이 묵직하다. 구름이 짓누르는 보우계곡 하늘에 설편이 휘날린다. 오늘(1월 28일)은 캐나다로키의 겨울 분위기를 파악하고자 컬럼비아 아이스필드까지 드라이브한 후 돌아오는 길에 페이토호수(Peyto Lake) 트레일을 돌아보기로 했다.

차창 밖 도로 양옆으로 침엽수림이 스쳐 지나간다. 레이크 루이스에서 재스퍼까지 이어지는 아이스필드 파크웨이(Icefields Parkway·93번 도로)의 길이는 225km. 2차선이지만, 갓길이 널찍해서 시원하다. 도로로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도로상황판이 오른쪽에 서 있다. 가도 좋단다. 도중에 눈에 덮여 넓은 설원처럼 보이는 헥터호수(Hector Lake), 보우호수(Bow Lake), 미스타야호수(Mistaya Lake)를 지났고, 위핑월(Weeping Wall)에서는 빙벽을 오르는 클라이머들도 보았다.

선왑타고개(Sunwapta Pass·2035m)를 넘으면 재스퍼국립공원이다. 곧 컬럼비아 아이스필드에 도착했지만 하늘은 열릴 줄 모르고, 센터는 문이 잠겨 있고, 지나가는 차들도 없다. 아이스필드쪽으로는 돌밭에 눈이 덮인 을씨년스런 풍경만 짧게 펼쳐진다. 컬럼비아 아이스필드는 캐나다로키에서 가장 큰 빙하지만, 우리는 그 혓바닥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돌아서야 했다.


돌아오는 길에 페이토호수로 오르기로 했지만, 주차장으로 차가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눈이 깊다.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우리는 대상지를 바꿨다. 요호국립공원(Yoho National Park)에 있는 에메랄드호수(Emerald Lake)로 가보기로 했다. 다시 레이크 루이스로 와서 1번 고속도로를 타고 필드(Field)로 우회전한다. 키킹 홀스 패스(Kicking Horse Pass)를 넘어서서 약 20분 만에 필드에 도착, 안내소에서 트레일 정보와 도로 정보를 얻고 에메랄드 호수로 들어섰다.

주차장에서 본 호수 입구는 작았지만, 스노슈즈를 신고 호수로 내려서자 드넓은 설원이 펼쳐진다. 분명 멋진 산봉들과 침엽수림에 둘러싸여 있을 에메랄드빛 호수지만, 우리 눈에는 하얀 설국일 뿐이다. 숲속 트레일로 걷다가 호수로 나서기를 몇 번 반복하다보니 엑스크로싱(X-crossing) 스키를 즐기는 팀도 만났다. 걷는 길과 스키 타는 길이 달리 나 있다. 호수 저 끝에서 두 길이 만나는데, 겹치는 구간에서는 스키 자국과 스노슈즈 자국이 서로 간섭하지 않고 나란히 나 있다.

1시간 정도 가니 안내푯말과 포스트가 서 있는 곳에 다다랐다. 스키 타기 좋게 눈길을 다져 놓은 사람들에게 기부하라는 글귀를 보고 염동우 기자가 동전 몇 닢을 넣는다. 우리는 숲길을 버리고 호수 가운데를 곧장 가로질러 다시 입구로 나왔다. 약 2시간의 기분 좋은 스노슈잉이었다.


이렇게 맑은 물도 있다-존스턴 캐년 하이킹

오늘(1월 29일)은 존스턴 캐년(Johnston Canyon) 하이킹이다. 구도로로 들어서서 밴프 쪽으로 남하한다. 쌓인 눈이 장난이 아니다. 겨우 교행할 수 있을 정도의 폭으로 눈을 쳐냈는데, 반대편에서 차가 오면 갓길의 눈밭을 차고나가야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엄두도 못 낼 속도로 차고 나가면서 눈발을 휘날리는 모습이 멋지다. 이것은 쌓인 눈이 며칠이 지나도 눅눅해지지 않는 건설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건조한 기후가 이런 멋진 풍광을 자아낸 것이다.


▲ 존스턴 캐년의 하폭. 존스턴 캐년 침엽수림만 아니라면 우리나라 여느 계곡과 같은 풍광이다.(왼쪽부터)

 

보우강을 따라 퍼시픽횡단철로(Canadian Pacific Railroad)가 처음 놓였고(1884년), 지금 우리가 달리고 있는 구도로(1A호 도로·Bow Valley Parkway)가 그 후 닦였고(1915년 일반인에게 개통), 그 다음 고속도로(1번 국도·TransCanada Highway)가 닦였다(1962년). 이 도로로 들어서서 곧게 난 구간을 지나노라면 내 눈길 앞으로 모든 선이 하나의 점으로 모인다. 2차선 도로폭이 하나의 점으로 수렴하고, 양쪽에 도열한 침엽수림의 끝 간 곳도 하나의 점이다.

그렇게 베이커 크릭(Baker Creek)을 건너고, 캐슬 마운틴 빌리지(Castle Mountain Village)를 지나고, 캐슬 메도(Castle Meadow)를 지나 40분쯤 달리자 존스턴 캐년 입구가 나온다. 주차장에서 스노슈즈를 신었으나 보아하니 전 구간이 다져진 것 같아 금방 벗었다. 이 계곡 속에 있는 폭포들이 너무 유명해서 겨울에도 찾는 사람들이 꽤나 있었다. 사실 겨울 캐나다로키의 산봉들을 넘나들려면 추위와 고도에 익숙해져야 하고, 식량과 장비를 완벽하게 갖춰야 하기 때문에 원정등반 수준으로 챙기고 나서야 한다. 그래서인지 일반 탐방객들을 위한 겨울 코스는 대개 3~4시간짜리들이다.

들어설수록 계곡은 좁아지고, 30분 만에 하폭(Lower Falls)에 도착하니 10m 폭포 얼음 안쪽으로 떨어지는 물로 물웅덩이가 부글부글 끓는다. 좁은 동굴로 들어서자 폭포가 바로 코앞이다.


▲ 존스턴 캐년의 눈에 덮인 침엽수림. 밴프 어퍼 핫스프링 온천. 런들산을 바라보며 노천온천을 즐길 수 있다.(왼쪽부터)

 

되돌아나와 상폭(Upper Falls)으로 향한다. 도중에 계곡이 매우 협소해지며 양쪽이 벽을 이룬 구간을 통과했다. 이런 구간도 볼거리였지만, 무엇보다 우리의 산처럼 포근하게 다가오는 계곡 풍광이 마음에 들었다. 물은 왜 그렇게 맑은 것인지. 규모가 큰 산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런 참한 구석도 있구나 싶었다.

하폭에서 30분 만에 상폭에 도달하니 뜻하지 않게 빙벽등반꾼들을 만났다. 그들이 오르는 모습을 한동안 지켜보았으나 초보자들인 듯 진전을 보이지 않는다. 눈발이 굵어져 우리는 하산을 서둘렀다. 레이크 루이스로 돌아올 때는 캐슬 마운틴 빌리지에서 고속도로로 올라탔다. 여전히 하늘은 우리를 짓누르고 있다.


 

 

호수 스키 하이킹-루이스호수 엑스크로싱

오늘(1월 30일)은 우리나라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엑스크로싱(X-crossing) 스키를 타보기로 했다. 루이스호수를 기로질러 갔다가 호수변에 낸 스키 트레일을 따라 되돌아오는 것이다. 호텔 프런트 오른쪽 안쪽에 있는 장비 대여실에서 엑스크로싱 스키를 대여했다(스키, 스톡, 전용 스키화 1벌에 1일 23달러). 일반 스키보다 가늘고 좁고 매우 가볍다. 전용 스키화 앞에 걸쇠가 장착돼 있어 스키판의 바인딩에 탈착하기 쉽다.

첫날 빅 비하이브 산행 때 경험한 덕에 이제 루이스호수 주변 풍광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날씨도 맑고, 오늘이 일요일이어서인지 탐방객들이 제법 많다. 하긴 어제 저녁 스키장으로 들어서는 차량 행렬이 꽤나 길게 이어졌었다.

일단 스키를 신고 호수면을 가로질러 본다. 산악스키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된다. 산악스키도 뒤축이 들리는 바인딩을 사용한다. 호수 끝이 바로 앞에 보여 곧 도달할 것 같았는데, 근 40분이나 걸린다. 호텔에서 미리 다져놓은 스키 트레일을 따라가는 데도 그렇다. 이 스키는 누군가 먼저 길을 내놓아야 가능하다. 스키판이 너무 얇아 깊은 눈을 헤쳐 나가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무거운 배낭을 지고 올라타면 스키판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엑스크로싱은 ‘스키 하이킹’에 해당되고, 산악스키는 ‘스키 등산’쯤 된다.


▲ 샤토 레이크 루이스 호텔의 카페에서 내다 본 루이스호수. 설퍼산 곤돌라.(왼쪽부터)

 

호수 저 안쪽으로 돌아 들어가니 스키 종착점 안내판이 걸려 있다.  여기다 스키를 벗어놓고 육빙하평원 티하우스까지 다녀오려고 했지만, 아뿔싸 스키만 탈 생각에 스노슈즈를 챙기지 않았다. 기다리는 가이드 양돈영씨(캘거리 소재 프라임월드투어 근무)도 마음에 걸려 되돌아나가기로 한다.

침엽수림 속으로 낸 스키 트레일로 들어서자 편평한 호수면을 지칠 때와 달리 또다른 맛이 난다. 경사가 조금만 있어도 스톡을 지치면 속도가 신나게 붙는다. “야호!”


설퍼산 전망대에서 캐나다로키 이해


▲ 미러 호수 위로 솟은 빅 비하이브.

 

오늘(1월 31일)은 밴프로 이동하며 보우계곡 주변 산군을 보기로 한 날이다. 선샤인 빌리지 스키장도 둘러보고, 밴프에 도착해서는 곤돌라를 타고 설퍼산에 올라 캐나다로키의 중부를 차지하고 있는 밴프국립공원의 산세를 훑어보았다. 보우계곡 저 안쪽으로 레이크 루이스가 있을 터. 보우강은 밴프에서도 계속 대서양을 향해 하염없이 긴 여정을 밟을 것이다. 앞산을 넘어서면 선샤인 스키장일 터이고, 유독 런들산(Rundle Mountain·2,948m)에 걸린 구름은 걷힐 줄 모른다. 시내 건너에 솟은 캐스케이드산(Cascade Mountain·2,998m)과 밴프 분지에 공알처럼 박혀 있는 터널산(Tunnel Mountain·1,690m)도 재미있다.

이튿날(2월 1일), 밴프가 이 지역 중심마을이 되도록 주요한 역할을 한 온천을 빼놓을 수 없었다. 설퍼산 중턱의 밴프 어퍼 핫 스프링스(Banff Upper Hot Springs)는 우리네 온천장처럼 요란스럽지 않아 좋다. 노천온천이라서 머리털에 서리가 앉은 모습이 이색적이다. 앞으로는 런들산이 여전히 구름을 이고 있다.

온천욕을 마치고 미네완카호수(Lake Minnewanka)로 가면서 엘크 떼를 만났다. 운이 좋으면 큰뿔양(bighorn sheep)도 만난단다. 가끔 도로 절개지에 묻은 소금기(눈이 오면 뿌리는 염화칼슘 때문)를 취하려고 쿠거 같은 맹수들도 숲에서 나온다고 한다. 미네완카 호수는 이 국립공원에 있는 유일한 인공호수로, 밴프에서 사용할 전기를 생산해내고 있다.

이제 우리는 캐나다로키를 떠나 캘거리로 나간다. 겨울 캐나다로키는 순백의 눈과 검은 숲의 대비로 다가온다. 정말 멋진 흑백영화 한 편 본 기분이다.


▲ 귀국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캐나다로키와 컬럼비아 산군. 겨울이어서 설산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겨울 캐나다로키 여행 Tip

제일 먼저 할 일은 카탈로그 챙기기

캐나다로키의 겨울 레포츠는 여름만큼 다양하지 못하지만, 먼 곳에서 온 탐방객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우선 산의 규모가 크고 높기 때문에 함부로 산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스노슈즈나 산악스키 없이는 러셀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그러나 탈출구는 있다. 우선 밴프나 레이크 루이스에 도착하는 즉시 국립공원 안내소나 호텔 로비에 가서 카탈로그를 몽땅(!) 챙긴다. 이 카탈로그들이 제시하는 레포츠와 가격을 눈여겨보면 ‘아하, 이곳에서는 이런 식으로 즐기는구나’하는 감이 잡힌다.

캐나다로키에서는 눈에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레포츠가 다 있다. 스키 리조트가 있어 파우더 스노에서 알파인 스키와 스노보딩을 즐길 수 있고, 스키장을 벗어난 트레일에서 노르딕 스키를, 헬기를 이용한 헬리 스키도 즐길 수 있다. 스노모빌도 빌려 주고, 개썰매도 탈 수 있고, 호수에서 스케이트도 탈 수 있다. 얼음낚시도 가능하다.

등산은 물론 빙벽등반까지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전문등반에는 가이드를 고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다만 가이드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 문제. 최초 1명에 1일 400~450캐나다달러이고, 1명 추가당 60~80달러를 내야 한다. 가이드 1명이 부담할 수 있는 손님 수는 10명 선이다. 손님이 10명이라면 대략 하루에 1,000달러, 100만 원이 넘는 액수다.

가이드 비용이 문제가 된다면 하이킹 수준의 짧은 트레일도 있다. 이 트레일들은 2~4시간 정도 거리인데, 겨울이라도 거의 항상 열려 있다. 공원 안내소에 비치된 지도에도 겨울 트레일이 표시돼 있으므로 이것을 적극 활용토록 한다. 혹시 모르므로 스노슈즈를 준비한다. 대여도 된다(1일 10달러, 3일 이상은 에누리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