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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생존기술 부시크래프트 배우기 6 | 야생의 조리법] “모닥불로 고기 굽고 밥하면 훨씬 맛있죠!”

김영인 2013. 8. 6. 09:44


대나무, 나뭇잎, 반합, 더치오븐 이용한 야생의 조리법

야생의 환경에서 음식을 섭취하려면 모닥불을 이용한 요리법을 익히는 것이 필수다. 식재료에 열을 가하면 질긴 섬유질이 부드러워지고 고기 역시 연해진다. 주요 영양소 가운데 하나인 탄수화물의 녹말이 알파()화되어 소화효율이 높아지고 맛도 좋아진다. 또한 재료가 가진 독성을 없애고 살균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장시간 가열하면 영양소를 파괴하는 등의 단점도 있다.


네이버 부시크래프트카페(cafe.naver.com/bushcraftcafe)의 서대용(닉네임 북위삼칠)씨는 “모닥불을 이용한 요리는 적절한 도구를 사용할 때 최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면서 “반합이나 더치오븐 같은 도구가 있다면 좋지만, 여의치 않을 때는 현장에서 구할 수 있는 대나무나 나뭇잎을 이용한다”고 말한다.



	모닥불을 이용한 조리법을 익혀 두면 야생의 환경에서도 밥 굶을 일은 없다.
▲ 모닥불을 이용한 조리법을 익혀 두면 야생의 환경에서도 밥 굶을 일은 없다.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대나무나 반합, 더치오븐 등을 이용해 다양한 요리가 가능하다.

	야생의 조리법
▲ 1 모닥불을 이용한 요리에 사용하는 다양한 크기의 더치오븐과 반합, 스킬렛. 2 군용 반합은 모닥불을 이용한 밥 짓기에 안성맞춤인 취사도구다. 3 숯불에 구운 생선은 맛과 향이 뛰어나다. 나뭇가지에 고등어자반을 끼워 굽고 있다.

모닥불은 생각보다 화력이 강하다. 불 조절도 쉽지 않아 장작으로 요리해 본 경험이 없으면 음식을 태우기 쉽다. 특히 모닥불로 밥을 잘 지으려면 사용하는 용기에 따라 각기 다른 경험과 데이터가 필요하다. 요리할 때 화력을 적절하게 유지하는 방법도 연습해야 익힐 수 있다.


“야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조리도구는 주철로 만든 더치오븐이나 얇은 철판 소재의 코펠, 반합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없어도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대나무나 오목한 바위, 큰 조개껍질 등을 이용하면 됩니다. 용기로 사용할 만한 재료가 없으면 자연섬유로 된 깨끗한천이나 넓은 나뭇잎, 모래, 흙 등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인류 최초의 요리 ‘구이’


야생에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요리는 바로 ‘구이’다. 인류가 불을 발견한 뒤 최초로 시도한 요리는 구이였을 것이다.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닌 요리법인 동시에 가장 단순한 기술이다. 구이는 인간의 재주가 최소한으로 가미된 자연에 가까운 맛을 구현하는 방법이다. 구이의 매력은 식재료 본연의 맛에 가장 가까운 음식을 조리된 형태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야외에서 모닥불을 이용한 ‘구이’ 방법은 간단하다. 나뭇가지나 대나무를 이용해 고기나 생선, 해물 등을 고정시킨 뒤 불 위에 올리면 그만이다. 당연히 재료가 타지 않도록 불을 조절하거나 불꽃과 재료의 거리를 유지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삼굿구이는 야외에서 간편하게 시도할 수 있는 조리법이다.
▲ 삼굿구이 : 삼굿구이는 야외에서 간편하게 시도할 수 있는 조리법이다. 깊게 판 구덩이 속에 불을 피워 돌을 달군 뒤 음식물을 넣어 익히는 방법이다. 나뭇잎을 이용해 식재료를 감싸고 흙을 덮어 밀봉한 뒤 구멍을 뚫어 물을 부으면 수증기가 생기며 음식이 익는다.

“석쇠를 이용한 구이도 일반적인 야외 요리법입니다. 석쇠가 없어도 다루기 쉬운 대나무를 가늘게 쪼개 성글게 발을 짜면 고기를 굽는 데 이용할 수 있어요. 대나무 삼발이를 만들어 석쇠를 고정하면 훨씬 쉽게 구이 요리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런 자연물을 이용한 석쇠는 불꽃이 적은 숯불에 사용해야 타지 않습니다.”


쿠킹호일에 싼 고구마나 감자, 옥수수 등을 불 속에 던져 넣어 익히는 것도 구이의 일종이다. 쿠킹호일이 없을 때는 진흙이나 나뭇잎을 이용하기도 한다. 특히 달걀을 그냥 불속에 넣으면 급격한 온도 변화에 터져버리는데, 젖은 흙이나 모래로 감싸서 넣으면 안전하게 익힐 수 있다.


모닥불에 달궈진 돌의 열기를 이용한 조리법은 세계 여러 나라에 존재한다. 우리나라는 삼베의 원료인 대마를 찌기 위한 구덩이인 ‘삼굿’에 불을 피우는 방법이 전해 오고 있다. 이를 응용한 것이 ‘삼굿구이’인데 달궈진 돌을 이용해 음식물을 쪄내는 야외 요리법이다.


“삼굿구이를 하려면 먼저 구덩이를 깊게 파서 불을 피웁니다. 어느 정도 화력이 나오면 그 위에 여러 개의 돌을 올리고 계속해서 불을 땝니다. 돌이 뜨겁게 달궈지면 그 위에 고기나 감자, 고구마, 달걀 등을 놓고 나뭇잎을 올립니다. 그 다음 나중에 파내기 쉽도록 거적을 씌우고 흙으로 잘 덮습니다. 이때 막대기를 가운데 꽂아뒀다가 살짝 뽑아내고 물을 부으면 수증기가 발생되며 음식물이 골고루 익습니다.”



	반합으로 밥을 지을 때는 불 조절이 중요하다.
▲ 반합 : 반합으로 밥을 지을 때는 불 조절이 중요하다. 중간 불로 시작해 약한 불로 마무리한다. 중간 뚜껑을 이용해 달걀찜을 만들 수도 있다. 뜸을 들일 때는 반합을 10분 정도 뒤집어 두면 바닥이 타지 않는다.

대나무와 반합으로 밥 짓기


우리나라 사람들의 주식은 밥이다. 야외에서 사용하는 여러 가지 조리용기를 이용한 밥 짓는 법을 알아두면 유용하다. 밥을 잘하기 위해서는 쌀을 불리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미리 쌀을 물에 담가 불려 둬야 밥이 설익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밥을 완성하기 위해 정성스레 뜸을 들여야 한다.


“군용 반합은 야외에서 조리하기 좋게 디자인된 제품입니다. 쇠고리가 있어 모닥불에 올려두기 좋고 겉뚜껑과 속뚜껑으로 이루어져 여러 용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뚜껑은 쌀의 양을 조절하는 용도로 쓰이는데, 속뚜껑 하나가 2인분, 겉뚜껑은 3인분입니다.”


2인분의 쌀을 넣었을 때는 반합 속의 볼록하게 튀어나온 아래 눈금 부분까지 물을 넣고 뚜껑을 모두 덮고 불 위에 올린다. 불은 중간 정도로 조절하고 가끔 반합의 위치를 바꿔 준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뚜껑이 들썩거리는데, 어느 정도 익으면 잠잠해진다. 뚜껑을 만져보고 끓는 느낌이 없으면 불을 약하게 하고 잠시 뒤 불에서 내려 반합을 뒤집는다. 반합을 뒤집어 뜸을 들이면 바닥에 밥이 눌어붙지 않는다. 조리시간은 불 위에서 15분, 내려서 10분이면 충분하다. 밥이 익을 즈음 달걀을 물에 풀어 소금을 넣고 휘저어 속뚜껑에 넣으면 달걀찜도 같이 즐길 수 있다. 




 


	대나무로 만든 석쇠에 삼겹살을 굽는 것도 야외에서 누릴 수 있는 재미다.
▲ 대나무로 만든 석쇠에 삼겹살을 굽는 것도 야외에서 누릴 수 있는 재미다.

	대나무 통을 잘라 불린 쌀을 넣고 모닥불 옆에 꽂아두면 밥이 된다.
▲ 대나무 통을 잘라 불린 쌀을 넣고 모닥불 옆에 꽂아두면 밥이 된다.

	숯불에 구운 고등어자반은 집에서는 느끼기 힘든 독특한 풍미가 있다.
▲ 숯불에 구운 고등어자반은 집에서는 느끼기 힘든 독특한 풍미가 있다.

“대나무는 여러 가지 요리가 가능한 자연 조리용기입니다. 밥하는 데 많이 이용하는데, 가로로 놓은 대나무에 적당한 크기의 구멍을 내고 쌀을 넣습니다. 그리고 다시 잘라낸 조각으로 구멍을 메워서 닫고 불 위에 올려 익히면 밥이 됩니다.”


불린 쌀을 자연섬유로 된 깨끗한천으로 싸서 흙으로 덮고 그 위에 불을 피우면 일정시간이 지난 후 밥이 된다. 반합에서 지은 밥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청결도가 떨어지지만, 생존을 위한 상황이라면 시도해 볼 만한 방법이다. 이밖에도 열을 간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도구만 있다면 응용해서 밥을 할 수 있다. 


배넉(Bannock)은 프라이팬에서 굽는 정통 스코틀랜드 빵인데 북미 원주민에게 전수되며 심플하게 변화됐다. 주철 더치오븐이나 스킬렛(프라이팬)을 이용해 캠핑장에서 많이 만들어 먹는 빵이다. 밀가루에 설탕과 소금, 견과류를 첨가해 즉석에서 반죽해 만든다. 팬에 구우면 평평한 케이크가 되지만 더치오븐에 구우면 빵이 된다. 막대에 감아 숯불에 구우면 꽈배기 빵이 된다. 특별한 조리용기가 없어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야생의 조리법
▲ 1 더치오븐을 이용하면 야외에서도 간단히 빵을 만들 수 있다. 2 자연섬유에 불린 쌀을 넣고 감싼 뒤 흙을 덮고 불을 피워 밥을 할 수도 있다.

	대나무에 구멍을 내고 고기를 넣어 익히면 특별한 맛을 경험할 수 있다.
▲ 대나무에 구멍을 내고 고기를 넣어 익히면 특별한 맛을 경험할 수 있다. 대나무 특유의 향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물론 육즙이 그대로 남아 있어 부드럽다.

야외 조리에 사용하는 도구 


더치오븐 캠핑이 보편화되면서 더치오븐도 많이 알려졌는데 우리나라 무쇠솥과 비슷하지만 더 두껍고 크기가 다양하다. 밀폐력이 좋고 오븐의 기능을 할 수 있어 다양한 음식의 조리가 가능하다. 굽거나 튀기거나 밥을 할 때 유리하다. 특히 주철로 된 더치오븐으로 밥을 하면 가마솥처럼 몸체에서 배어나오는 철분을 자연스럽게 섭취할 수 있다.


반합 군인들의 야전 조리용 도구로 각 나라별로 조리법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제품이 나와 있다. 말 그대로 야전용이라 야외에서 사용하기 좋으며, 특히 밥을 할 때 눈금이 있어 쌀 양과 밥물을 맞추기 편하다. 속뚜껑이 압력을 형성해 일반 냄비로 했을 때보다 밥맛이 좋다. 반합으로 밥을 지을 때는 불 조절이 중요하다.


대나무 자연물 가운데 조리용으로 가장 유용한 것이 대나무다. 대나무는 속이 비어 있어 냄비를 대신해 물을 끓일 수 있어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조리 시 대나무 자체의 성분이 배어나와 음식의 풍미를 더해 준다.


바위, 조개껍질, 천 오목한 바위는 달군 돌을 넣어서 물의 온도를 높일 수 있고, 오목한 조개껍데기도 열을 견딜 수 있어 조리용기로 사용할 수 있다. 깨끗한 자연섬유에 음식물을 싸서 흙이나 모래 속에 묻고 그 위에 불을 피우면 조리가 가능하다. 사막에 사는 베두인족은 반죽한 밀가루를 모래 속에 그대로 묻고 불을 피워서 빵을 굽는다. 모래가 붙어서 먹기 불편할 것 같지만 반죽이 다 익고 나면 모래가 쉽게 털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