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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할 때 중량이 적이라는 말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 지침대로 짐을 최소화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겨울 야영산행 때는 추위를 고려해 이것도 챙기고 저것도 가져가고 싶은 게 일반적인 심리이고, 그렇게 맘껏 짐을 챙기다 보면 예상보다 짐이 많아지고 무거워져 계획한 스케줄에 맞춰 산행하기가 쉽지 않다. 짐이 무거울수록 걸음은 그만큼 더뎌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 한밤의 풍족한 캠핑생활은 한낮의 고행 초래
최근 취재산행에서 커다란 텐트에서 난로까지 피우는 ‘호화 야영 생활’을 누릴 기회가 생겼다. 동행한 산악인들의 80리터 배낭에는 침낭과 우모복과 같은 개인장비에 8인용 인디언 텐트, 조립식 난로, 코펠, 휘발유버너 등 취사야영 장비 외에 찌개거리에 떡볶이 재료까지 넉넉히 담겨 있었다. 한겨울에 따뜻한 난롯가에서 고기를 굽고 찌개도 끓여 반주와 함께 저녁밥을 든든히 먹고, 이튿날에도 새로 지은 밥에 남은 찌개로 배를 불렸다. 텐트 밖에서는 찬바람이 매섭게 불어대는 데도 풍족한 캠핑 생활은 여유롭고 낭만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야영 전후는 그야말로 고행이었다. 크고 무거운 야영 장비와 먹을거리에 1인당 2리터들이 식수 한 통 이상의 무게가 더해졌고, 그에 따라 배낭 무게는 혼자 짊어지기 어려울 만큼 무거웠다. 결국 5.5kg 무게의 조립식 난로를 책임진 사람은 첫날 걷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말을 잃을 정도로 힘들어했고, 둘쨋날은 커다란 배낭을 메고 바윗길을 오르고 좁은 바위틈을 빠져나가거나 턱을 뛰어내리려니 애를 먹고 위험한 상황이 생기기도 했다. 더욱이 조립식 난로를 대신 짊어진 일행 중 한 사람은 깊은 눈을 헤치며 4시간쯤 걸어가자 무릎 통증으로 인해 끝내 완주하지 못한 채 도중에 하산해야 했다.
장비의 경량화는 가벼워진 만큼 몸을 가볍게 해줌으로써 그만큼 자유롭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 걷는 거리도 늘릴 수 있고, 상체를 맘껏 움직일 수 있기에 조망의 즐거움도 더 누릴 수 있다.
이러한 경량 야영산행을 위해선 잠자리부터 먹을거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줄이고 또 줄여야 한다. 심지어 배낭도 가벼운 제품을 사용하고, 옷도 무게를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 최근 캠핑 마니아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초경량 장비를 사용한다면 무게와 부피를 줄일 수 있으나 제품 가격이 만만찮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 배낭은 내구성을 생각하면 두껍고 단단한 원단의 제품이 좋겠지만 그만큼 무겁다. 가벼운 소재에 단순한 디자인의 배낭이 비교적 무게가
가볍다. 꼭 필요한 장비만 챙긴다면 단순 도보산행일 경우 2박3일 산행도 용량이 50리터 이하인 배낭으로 가능하다.
또한 커다란 배낭은 운행 속도를 당연히 떨어뜨린다. 무게로 인한 부담도 있지만 숲길이나 바윗길 같은 구간에서 걸리적거리면서 신경 쓰이게 할 뿐만 아니라 행동을 부자연스럽게 하거나 심지어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기도 한다. 배낭은 폭이 너무 넓거나 높은 제품은 피하고 소위 어택형이라 부르는 심플한 형태의 배낭을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쓸 데 없는 옷을 많이 가지고 산행할 적이 많다. 속옷은 따뜻하되 땀을 빨리 배출하는 기능성 제품을 택하고 그 위에 신축성 좋은 집티 정도 입는다. 시종일관 깊은 눈을 헤쳐야 할 경우 신축성과 보온성 좋은 바지에 덧바지를 받쳐 입는 것으로 의류 선택을 끝내기도 한다. 우모복과 얇은 우모복인 패딩, 방수방풍 재킷이 있다면 이 중 하나 혹은 두 가지로 선택의 폭을 좁히는 게 좋다. 우모복은 땀에 젖을 경우 잘 마르지 않는다. 따라서 방수방풍용 재킷은 운행 중에, 우모복은 휴식이나 캠핑생활할 때 입도록 한다.
부피가 많이 나가는 우모복 대신 패딩과 재킷을 휴대할 수도 있으나 날씨가 추울 때는 아무래도 우모복의 효율이 높다. 특히 취침 시에는 안락함을 더해 준다. 해빙기를 맞으면서 기온이 급속도로 올라가더라도 산중의 한밤 기온은 한겨울과 엇비슷하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비에 젖지 않게만 대비할 수 있다면 의류는 입은 옷 그 자체로 해결하도록 한다. 갈아입을 생각에 여벌옷을 넣다 보면 짐은 그만큼 늘어난다. 땀에 흠뻑 젖었더라도 텐트를 치고 그 안에 들어가 취사하는 사이 대개 옷은 마르기 마련이다. 물론 여벌 양말 한 켤레 정도는 쾌적한 잠자리를 위해 챙기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