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체온증의 예방과 치료에는 동일한 원칙이 적용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고, 계속 움직이며, 몸이 젖지 않게 하는 것(Keep Warm, Keep Moving, Keep Dry)이다.
비와 바람을 막아주고, 땀을 외부로 배출해 쾌적함을 유지시켜주는 기능성 의류의 방수·방풍·투습 기능 역시 이 원칙과 관련 있다.
저체온증은 한여름에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방수·투습 재킷은 계절에 관계없이 항상 휴대해야 하는 산행 필수품이다.
물은 통과시키지 않고 수증기만 자유로이 통과시킨다는 것, 즉 방수성과 투습성은 서로 상반되는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기능성 제품은 처음에는 그런 상상 자체가 상식 밖의 일이었다. 방수·투습 소재의 일반적인 형태는 ‘물방울 보다는 작고 공기 분자보다는 큰 구멍을 촘촘히 낸 막(멤브레인)을 일반 천에 덧댄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특성을 지니는 소재를 흔히 고어텍스(GORE-TEX)라고 부르지만 고어텍스는 비슷한 기능을 하는 수많은 다른 소재 가운데 유명한 고유 브랜드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수·투습 소재를 말하면서 고어텍스를 빼놓고 이야기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초의 제품이자 인지도 면에서도 월등히 높은 말 그대로 방수·투습 소재의 대명사이기 때문이다.
산악인들로부터 ‘제2의 피부’라고 불리는 이 제품은 기적의 소재란 별명에 걸맞지 않게 실로 우연한 기회에 발명되었다.
1802년에 창업한 유명한 종합과학회사인 듀폰(DUPONT)사의 화학 연구원으로 있던 빌 고어(Bill Gore)는 자신이 개발한 신기술이 회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자 1958년에 아내와 함께 자신의 집 지하실에 작은 회사를 차려 독립하게 된다.
그 작은 회사에서 빌 고어의 아들인 밥 고어(Bob Gore)가 1년여 간의 실험 끝에 만들어낸 제품이 바로 고어텍스이다. 아버지인 빌 고어가 개발한 것은 음료수용기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PTFE(4불화에틸렌수지, Poly Tetra Fluoro Ethylene)를 이용한 새로운 절연 전선 및 케이블의 생산 기술이었다.
1969년 밥 고어는 이 제품을 늘여 얇은 테이프를 만들 생각으로 실험을 거듭하고 있었는데 일반적인 합성수지와는 달리 열을 가하면서 천천히 당겨도 늘어나지 않아 고민하고 있었다.
체념에 가까운 최종 단계에서 너무 화가 나서 신경질적으로 확 잡아당기니 순식간에 엄청나게 늘어나면서 이 제품이 탄생했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이 제품의 이율배반적인 특징, 즉 방수·투습성이 발견된 것은 그 이후의 일이다.
특수 가공을 거쳐 거미집 모양의 연속다기공(連續多氣孔) 구조를 지니게 된 PTFE는 방수·투습 외에도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영상 260℃에서 영하 240℃까지의 온도 변화나 대부분의 화학약품에 전혀 그 성질이 변하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이었고 생체 거부 반응이 거의 없었다.
이런 특성 때문에 1976년에 극한 상황에 사용되는 의류용 소재로 처음으로 상품화되었고(GORE-TEX fabric) 1981년 NASA의 우주복에 적용되면서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초기의 고어텍스 소재는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거의 완벽한 방풍·투습성을 지닌 윈드스타퍼(WINDSTOPPER·1991), 투습성을 보강하고 무게를 줄인 팩라이트(GORE-TEX PACKLITE·1998), 세 겹(겉감·멤브레인·안감)으로 만들어 내구성과 투습성을 향상시킨 XCR(GORE-TEX XCR·2000) 등으로 대표되는 차세대 제품들로 이어졌다.
이런 연구·개발로 등산복이나 스키복 등의 야외활동용 의류에 그치지 않고 인공혈관, 인공심장판막 등의 의료분야, 공업용 자재, 화학분야, 전기기술 분야에 이르기까지 많은 분야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다.
방수·투습 소재는 고어텍스나 힐텍스 같이 종류가 다른 특수한 막을 사용하는 것도 있고 넥스텍사의 에픽(EPIC)처럼 원사 하나하나가 캡슐화 되어 있는 것도 있다.
이제는 기능적으로 대동소이한 소재가 수백 종에 이를 정도다.
잘 알려진 것만 해도 독일 노블사의 심파텍스(SYMPA TEX), 일본 도레이사의 엔트란트(Entrant-DT), 니토덴코사의 마이크로텍스(Microtex), 미국 도날드슨사의 테트라텍스(Tetratex), BHA 테크놀로지사가 개발해 호평을 받고 있는 이벤트(eVENT), 벌링턴사의 잘트(Xalt) 등이 있다.
또 전문등산용품을 만드는 업체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소재도 많은데 로우알파인사의 트리플포인트(TRIPLEPOINT)나 마운틴하드웨어의 콘듀잇(Conduit), 시에라디자인의 제네시스(Genesis) 등이 대표적인 경우라 할 수 있다.
한편 국산 방수·투습 원단의 효시는 코오롱스포츠의 하이포라(HIPORA)이며 섬유업체 효성T&C에서 생산하는 프로액트(PROACT), 듀폰사의 수지막을 공급받아 생산하는 뉴월드의 하이트렐(Hytrel), 그리고 자체 생산한 뛰어난 성능의 수지막을 이용해서 만드는 힐텍스사의 힐텍스(Hill-Tex) 등이 있다.
이런 제품들 중에서도 특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소재는 국산제품인 힐텍스다.
힐텍스는 무기공(non-porous)의 구조로 얇고 가볍고 부드러우면서도 수심 10m에서도 물을 통과시키지 않는 완벽한 방수성과 국내·외의 권위 있는 기관이 실시한 테스트에서 뛰어난 투습성을 인정받았다.
수많은 원정대의 필드테스트를 통해 현장에서도 그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 있는 소재를 우리 기술력으로 생산한 것이다.
비슷한 기능을 하는 수많은 제품들이 있을 때 선택의 폭이 넓은 만큼 고민의 폭도 커진다.
수많은 제품들을 모두 사서 그 효용 가치를 확인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고어텍스와 같은 대표적인 브랜드의 공신력을 믿는 것은 편리한 방법이긴 하지만 일등은 언제나 일등으로서의 처우를 요구하기에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사실을 감안하자.
[관리]
방수ㆍ투습 재킷의 방수ㆍ발수ㆍ투습 기능은 결코 영구적이지 않다.
세탁을 지나치게 자주 하거나 너무 안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데 예전 상식으로는 되도록 세탁하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알고 있었으나 땀을 많이 흘렸거나 오염물질이 묻었을 때 바로 세탁하지 않으면 해당 기능의 수명이 줄어들 수도 있다.
세탁할 때도 섬유유연제나 표백제를 사용하는 것은 치명적일 정도로 그 수명을 짧게 만들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미지근한 물(40℃ 전후)에 중성 세제를 사용하여 가볍게 주물러가며 손빨래 하는 것이다.
등산장비 전문점에 가면 토코(Toko)의 텍스타일 워시(Textile Wash)나 맥넷(McNETT)의 익스트림 워시(X-Treme Wash)와 같은 전용세제를 팔기도 하지만 그냥 가정용 울샴푸를 희석해서 사용해도 무방하다.
세제 찌꺼기를 남기면 탈색과 멤브레인(박막) 손상의 원인이 되기에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완전히 헹궈야 한다.
권장할 바는 아니지만 굳이 세탁기를 써야 한다면 의류의 부착물이 멤브레인을 손상시킬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퍼나 벨크로 단추 등을 다 잠근 상태에서 다른 의류와 섞지 않고 세탁하는 것이 좋다.
세탁이 끝나면 옷걸이에 걸어 그늘에서 건조시킨다.
물을 내부로 통과시키지 않는 것이 방수기능이고 의류의 표면에서 방울져 구르게 만들어 스며들지 않게 하는 것이 발수 기능인데 특히 발수기능은 시간이 지나면서 현격히 떨어지게 된다.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세탁 후에 낮은 온도로 스팀다림질을 하면 된다.
물론, 의류손질 라벨을 참고해 정확한 방법으로 하는 것이 좋다.
참고로 맥넷의 ‘고어텍스 방수 스프레이’같은 제품은 세탁 후 젖은 상태에서 뿌리고 스며들게 만들어 방수 기능을 강화시키는 제품이고, 토코의 텍스타일프루프(Textileproof)와 같은 제품은 완전히 건조 후 뿌려 발수 기능을 강화하는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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