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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MSR는 최고의 장비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등산장비 브랜드다. 이 회사는 장비의 성능이 인간의 생명을 좌우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어떤 악조건에도 작동하고 충분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장비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Mountain Safety Research’의 머리글자를 떼어 만든 MSR라는 브랜드 이름에서도 그들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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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SR가 개발한 신개념 가스 스토브 ‘리액터’. 바람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쯤 태어난 이 브랜드는 세계 최초로 연료통과 몸통이 분리된 스토브를 출시한 혁신적인 기업이다. 초기에는 여러 종류의 아웃도어 용품을 제조했으나 나름대로의 강점이 있는 스토브 분야에 집중하며 기술을 선도해 나갔다. 지금은 미국 캐스케이드 디자인(Cascade Designs)에 합병되었지만 MSR 브랜드의 명성은 퇴색되지 않고 있다.
MSR는 휴대용 스토브 외에 텐트와 스노슈즈(Snowshoes), 물주머니, 정수기 등 소품종의 제품만 생산한다. 많은 브랜드가 토털 아웃도어 라인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이 업체는 전문 용품업체의 길을 고수한다. 고기능 전문장비에서 시작해 고집스레 한 분야에 집중해온 미국판 장인정신이 살아 있는 브랜드인 것이다. 그 결과 MSR의 장비는 그 누구도 따라잡기 어려운 기술적 완성도를 이루게 됐다.
최초의 연료통 분리형 스토브 개발
MSR가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것은 상당히 오래전 일이다. 국내의 대표적인 용품 수입업체인 호상사(대표 김인호)는 창업 다음해인 1979년부터 MSR 제품을 취급했다. 당시 국내에 들여온 제품은 초기 형태의 분리형 스토브로 사람들에게 무척 생소한 제품이었다. 이 물건 때문에 김인호 대표는 한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다고 회상했다.
“초기에 500대를 들여왔는데, 얼마나 안 팔리던지 3년 동안 마음고생 참 심했습니다. 일체형 석유 스토브에 익숙한 우리나라 산꾼들한테 연료통과 몸체가 떨어져 있는 스토브가 불안해 보였던 모양입니다. 휘발유 전용과 석유 겸용 두 가지 모델이 있었는데, 휘발유 모델에 대한 거부감이 더욱 심했습니다. 판매하는 입장에서 볼 때 정이 뚝 떨어질 정도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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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피를 사용하지 않고 플라이만 설치할 수 있는 허바허바 시리즈 텐트.
이렇게 분리형 스토브가 외면당했던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생소한 디자인도 문제였지만, 스토브 사용 방식의 차이가 훨씬 컸다. 밥을 지어 먹는 우리의 식생활 문화는 뜸을 들이기 위해 세밀한 불꽃 조절이 필수다. 하지만 MSR 스토브는 신속하게 음식물을 익힐 수 있도록 화력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제품이었다. 불꽃을 약하게 유지하기도 힘들어 뜸을 들이기 어려웠다.
“초창기 MSR는 전문등반용 제품도 생산했습니다. 헬멧, 피켈, 하네스, 헤드램프 등 여러 가지 품목이 있었지만 대부분 우리나라 실정에는 맞지 않았습니다. 너무 전문적이고 미국적이라, 속된 말로 무식할 정도로 튼튼하고 무거웠습니다. 당시로는 대단히 혁신적이고 앞서 가는 개념들이었지만 수용하기 어려운 점이 많았습니다. 그나마 스토브가 괜찮아 보여 들여왔는데 결국 그것도 실패한 셈이지요.”
MSR 제품은 캐스케이드 디자인에 합병된 뒤인 1990년대 들어 국내 수입이 재개됐다. 초창기에 비하면 국내 시장의 반응은 상당히 좋아졌다. 이는 다양해진 제품 라인과 높은 완성도 덕분이기도 하지만, 오랜 시간 다져진 MSR의 명성 때문이기도 했다. 전문가 집단에서 인정한 브랜드는 구매층이 확실했다.
“제품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용도가 확실히 구분되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성능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이 결정적인 것 같아요. 자신에게 필요한 제품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전문가용 등산장비는 상황이 좋지 않을 때도 정확한 성능을 발휘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지 못하면 자신이 원하는 등반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어렵다. MSR 제품의 기본에 충실한 기능성은 전문 등반가의 구미를 끌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국내 시장의 규모가 작아 판매 수량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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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1인용 허바 2. 2인용 허바허바 3. 3인용 무타허바 4. 물주머니 5. 포켓로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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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개념 장비 개발에 강한 브랜드
MSR의 휘발유 스토브 가운데는 ‘위스퍼라이트(Whisperlite)’가 베스트셀러 모델이다. 가장 많이 생산된 제품으로 단순한 구조와 강력한 화력을 자랑한다.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진보를 거듭하며 발전한 모델로 고산등반과 극한 상황에서 안정된 성능을 인정받았다. 심머라이트(Simmerlite)는 휘발유 사용 제품 가운데 가장 무게(240g)가 가볍다. 트레킹과 종주등반 등 장거리를 이동하는 이들에게 인기 있는 모델이다.
가장 최근에 출시된 리액터(Reactor) 가스 스토브는 뛰어난 열효율로 유명한 제품이다. 물 1리터를 끓이는 데 3분도 걸리지 않는 뛰어난 성능이 놀라울 정도다. 미군에서 실전 테스트를 거쳐 출시된 새로운 개념의 가스 스토브로, 불꽃을 이용하지 않고 복사열로 코펠에 에너지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도 성능 저하가 전혀 없어 어떤 상황에서도 제 기능을 발휘한다. 넉넉한 용량의 용기와 편리한 수납도 특징이다. 소비자가격이 37만3,500원으로 상당히 비싼 것은 단점이다.
포켓 로켓(Pocket rocket)는 무게가 85g에 불과한 초경량·초소형 가스 스토브다. 불꽃 모양이 로켓의 화염 분출구에서 나오는 것과 비슷하다. 화력을 집중시켜 순식간에 물을 끓어오르게 한다. 이러한 제품들은 일상적인 아웃도어보다는 히말라야 원정대 같은 전문가들에게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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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 리액터 7. 코펠 8. 정수기 9. 위스퍼 라이트 스토브 10. 스노슈즈 데날리 어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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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R 텐트의 명성은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다. 오래전 외국 산악 잡지의 광고에 고압 소방 호스로 텐트에 물을 뿌리는 사진이 나온 적이 있다. MSR 텐트의 내구성과 견고함을 알리기 위한 광고였다. 폭풍우 속에서도 방수와 형태 유지 성능이 뛰어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비주얼이었다. 광고에 등장했던 텐트는 푸리(Fury)라는 2인용 모델이었다.
MSR 텐트의 전신은 전문가용으로 유명한 모스(MOSS) 텐트였다. 이 브랜드를 인수합병해 MSR 텐트 라인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현재 생산 중인 MSR 텐트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은 허바(Hubba) 시리즈다. 이들 제품은 최소한의 폴 구성으로 최대한의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특징으로,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초경량 텐트다. 일체형 폴로 설치가 빠르고 간편하며, 상황에 따라 일반형·비박형·초경량 비박형 텐트로 구성할 수 있다. 플라이의 입구를 개방해도 빗방울이 실내로 떨어지지 않는 구조로 비 오는 날에도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1인용, 2인용, 3인용 크기의 제품이 생산되며 본체를 메시로 처리한 삼계절용과 립스톱 원단을 쓴 사계절용으로 다시 구분된다.
- 소량 생산하는 전문가용 제품으로 승부
스토브와 텐트 외에도 MSR가 생산하는 품목으로는 물주머니와 정수기, 코펠, 스노슈즈 등이 있다. 섬유 소재의 물주머니는 MSR 특유의 뛰어난 내구성이 특징이다. 거친 환경에서 사용해도 쉽게 파손되지 않아 안심하고 휴대할 수 있다. 물주머니와 함께 사용하는 정수(淨水) 시스템도 MSR가 가지고 있는 강점 가운데 하나다. 야외용 정수기는 아직 우리나라에서 수요가 거의 없다. 하지만 업체에서는 등반 형태가 다양해지며 점차 필요한 부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적설기에 착용하는 스노슈즈 제품 역시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된 든든함과 기능성을 자랑한다. 내구성이 탁월한 플라스틱 소재와 급경사도 치고 오를 수 있는 전위적인 바닥 디자인으로 독창적인 제품 이미지를 구축했다. 미국에서는 굉장히 인기 있는 품목이지만 역시 겨울철 환경이 다른 국내에선 보기 힘든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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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상사 애프터서비스센터에서 점검을 받고 있는 MSR 스토브. 고장이 거의 없는 편이라고 한다.
MSR 제품은 전문가용이라는 인식이 퍼지며 국내에서도 적지 않은 사용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비슷한 타 브랜드 제품에 비해 높은 가격에 대해서는 불만이 있는 이들이 많다. 간단한 구조의 스토브 하나가 비슷한 국산 제품에 비해 4배 이상 비싼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MSR는 최고 품질의 제품을 소량으로 만드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실제로 극한 상황에서도 정확하게 작동하는 제품은 최고의 소재와 기술을 적용해야 제작할 수 있다. 스토브의 경우 레버와 펌프의 소재 하나에도 최고급품을 사용해 내구성과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다. 이런 작은 차이가 모여 제조 원가 상승으로 연결된다. 전문가용 제품이라 수요가 한정되어 있어 규모의 경제를 구현하기 어렵다는 점도 가격 상승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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